마켓인사이트 12월29일 오후 4시30분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가 국세청과 벌인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관련 2200억여원 규모 세금소송에서 완승했다. 2013년 당시 연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거액의 법인세를 추징당한 외국계 증권사들은 세금환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최근 CS증권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국세청이 부과한 885억원의 세금 중 9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의 다른 재판부들도 지난 10월 국세청이 골드만삭스에 330억원, UBS증권에 327억원을 부과한 법인세는 전액 취소하고 메릴린치증권에 684억원을 부과한 법인세는 681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세청은 2013년 이들 4개 증권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총 2226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CS 등이 ELW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맡으면서 특정 연도에 손실을 몰아넣는 방식으로 과세를 회피했다는 이유에서다. LP는 발행사(국내 증권사)로부터 ELW를 사들여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매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세청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발행 가격에 ELW를 사들인 뒤 헤징(hedging)해 놓고 낮은 시가에 팔면서 발생한 손실을 부당하게 손금으로 처리했다고 봤다. ELW 만기에 헤징을 통해 발행가와 시가 간 차액손실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발생한 손금으로 볼 수 없는데도 손금으로 회계처리했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2013년 외국계 증권사에 부과된 세액은 회사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직전연도 순이익이 788억원이던 CS와 골드만삭스(197억원), 메릴린치(184억원)는 순이익보다 많은 세금을 추징당했다. CS 등 4개 증권사는 일단 세금을 내고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증권사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는 세무조사 등의 여파로 노무라증권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 ELW 시장에서 철수했다.

법원은 국세청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ELW 발행 가격은 한국거래소의 규제를 받고 있어 발행사나 LP가 임의로 결정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CS 등이 손금을 언제 처리하든 손익의 귀속연도만 바꾸도록 한 것이어서 불성실가산세 외에 본 세금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4건 모두 항소했다”며 “상급심 결과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ELW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 옵션처럼 특정 종목이나 코스피200지수 등 주가지수를 만기에 정해진 가격으로 매수(콜)하거나 매도(풋)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투자상품. 옵션과 달리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ELW 유동성 공급자(LP)는 발행사로부터 사들인 ELW를 일반 투자자와 매매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임도원/김인선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