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품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성공 꿰뚫은 '네 개의 화살'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사진)은 말투가 간결하다. 목표가 분명하고 방향도 명확하다. 그가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은 것도 1997년 창업 때부터 꿈꿨던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일조하는 회사’라는 큰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그룹 측근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그동안 한국경제신문이 축적한 취재 메모와 지난 24일의 단독 인터뷰를 바탕으로 박 회장의 성공을 꿰뚫는 ‘네 개의 화살’을 정리해봤다.

인재라면 물불 안가린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창업했을 때부터 합류한 최현만 당시 동원증권 서초지점장(현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은 지금도 그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다.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2000년에 직접 영입했다. 박 회장은 변 사장이 삼성증권 과장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봤다고 한다. 동원증권 지점장 시절엔 경쟁관계였던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펀드매니저에게 손을 내밀어 ‘박현주펀드’를 맡길 정도로 인재에 대한 욕심은 대단했다. “한 번 ‘저 사람이다’ 싶으면 반드시 본인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측근들의 평가다.

스스로 배워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누구든 찾아 나서는 것 또한 박 회장의 스타일이다. 1986년 20대의 나이에 투자자문사 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국내외 증권사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동양증권에 입사한 것도 당시 ‘영업업계의 최강자’였던 이승배 동양증권 상무(현 한셋투자자문 회장)에게 ‘한 수’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였다는 후문이다.
대우증권 품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성공 꿰뚫은 '네 개의 화살'
입체적 사고로 무장

박 회장의 말은 직관적이다. 몇 단계의 논리적 생략을 거쳐 나오는 단정적 화법은 힘이 있다. 뭐든지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대상을 물색할 때나 새 상품을 개발할 때, 이번 대우증권처럼 대형 인수합병(M&A) 같은 ‘빅딜’을 검토할 때면 △과연 10년 뒤에도 매력적인 투자처인지 △경쟁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인지 등 수많은 자문자답을 거친다.

박 회장이 그룹 중역회의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그래서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다. 그냥 막연하게 알아서는 안 되고 업무(사업)의 본질을 파악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모든 금융사가 개방형 펀드를 내놓던 1998년 국내 최초의 폐쇄형 뮤추얼펀드 ‘박현주펀드 1호’를 선보인 것도 ‘자산운용’의 개념을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만기 때까지 매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투자상품의 개념은 2003년 첫선을 보인 주가연계증권(ELS)과 여기서 확장된 파생연계증권(DLS) 등 여러 상품군으로 확대됐다.

선제적 판단의 힘

남다른 관점과 선제적 실행은 박 회장이 늘 강조하는 투자 원칙이다.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둥에서 현 미래에셋타워를 약 2600억원에 샀을 때만 해도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러나 현재 이 건물의 자산가치는 1조3000억원이 넘는다.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법인(홍콩)을 세우고 호주 포시즌스호텔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독일 페덱스 물류센터 등 해외 대체투자를 선도하고 있는 것도 박 회장의 발빠른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9월 미래에셋증권이 1조원대 안팎의 유상증자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도 시장의 의표를 찌른 것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대우증권 인수 등에 대비하기 위한 증자’라는 미래에셋 측의 설명을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한 ‘연막작전’으로 치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바람 없어도 바람개비 돌린다

박 회장 성공의 화룡점정은 ‘올인’이다. 많은 직원은 그를 평가할 때 ‘상남자’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평소 주변의 의견을 오래 경청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그가 동원증권 중앙(명동)지점장 시절 지점훈을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앞으로 달려나가는 길뿐이다”라고 정한 것도 그의 강한 추진력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에셋은 지금까지 저축에서 투자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상품 중심에서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끊임없이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공격적으로 M&A하고 국내외 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