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품은 미래에셋] "미꾸라지 가득한 연못에 초대형 가물치 등장"…증권업계 폭풍전야
“‘미꾸라지들’만 우글거리던 증권업계에 ‘초대형 가물치’가 등장하는 겁니다. 연말 증권업계가 폭풍전야처럼 느껴집니다.”(대형 증권사 기획담당 임원)

미래에셋증권이 24일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증권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내년 중 인수작업을 끝내고 양사를 합병하면 자기자본 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NH투자증권(4조5000억원)의 배에 육박하는 덩치다.

◆증권업계 격랑 속으로

증권업계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합병 법인의 사명으로 잠정 결정한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본격 출범하면 업계 전체가 합종연횡과 몸집 불리기 등과 같은 재편의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 삼성 현대 신한금융투자 대신 등 상위권 대형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투자은행(IB)·홀세일(기관영업) 등이 강한 대우증권과 자산운용·자산관리(WM)·연금영업 등이 강한 미래에셋증권이 합쳐지면 통합 증권사 경쟁력은 다른 대형사를 월등히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업계 경쟁구도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나머지 증권사’로 나눠지는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일본 증권시장의 노무라증권처럼 압도적 1위 증권사가 국내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대형 공기업 매각 등 주요 거래를 독점하고 나머지는 1위 회사에 ‘조연’으로 돌아가면서 참여하는 양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사들이 이런 낭패를 겪지 않으려면 증자나 M&A 등을 통해 덩치 키우기로 맞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기자본 3조2000억원대인 현대증권이 내년 중 매물로 나오게 될 경우 KB금융지주 등 은행권은 물론 대형 증권사마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핫 딜(hot deal)’이 될 공산이 크다.

M&A에 실패한 대형사들은 향후 2~3년 내 1조~2조원대의 대형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도 있다. 한 은행계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증권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 증자에 부정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경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만큼 생존을 위해 자회사 증권사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사들 생존기반 흔들릴 수도

M&A나 증자 모두 여의치 않은 증권사들은 나름의 특화 시장을 찾아 수익을 다변화해야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자기자본 10위권대 중형 증권사의 한 임원은 “신기술금융사업, 중소기업 특화 업무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중국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지역 다변화도 시도해 수익원을 넓혀야만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5000억원 미만의 중소형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미래에셋대우증권 출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증권업계가 대형사를 중심으로 재편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대형사에 유리하게 바뀌는 등 영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생존기반은 갈수록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IPO, 부실채권 등 특화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사들은 장기적으로 대형사나 중형사로 흡수합병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이상열/좌동욱/윤정현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