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출구전략 추진 어려워
미국 재정절벽·EU 균열 등 변수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경제 복합불황에 빠뜨릴 '10대 티핑 포인트'

마침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출구전략이 본격화한 셈이다. 이론적으로 양적 완화 등과 같은 비상대책보다 출구전략을 추진하기가 더 어렵다. 정책 시기와 수단을 잘못 판단해 경기가 재둔화되고 위기가 재발한 사례가 많다.

Fed의 벤치마크 국가인 일본은 2006년 이후 출구전략 추진 시 정책수단을 잘못 선택해 ‘잃어버린 10년’을 ‘잃어버린 20년’으로 장기화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미국도 1930년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대공황을 심화시킨 뼈아픈 경험(당시 Fed 의장의 이름을 따 ‘에클스 실수’라 부름)이 있다.

이번 금리인상 직후 미국 주가가 떨어지자 ‘금리인상→자산가격 하락→역(逆)자산 효과→경기 재침체’로 자산시장과 실물경기 간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복합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벌써 월가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경제 복합불황에 빠뜨릴 '10대 티핑 포인트'

티핑 포인트란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순식간에 바꿔놓을 수 있는 부정적 변수를 말한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각국이 티핑 포인트를 해결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복합불황에 빠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형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첫째 금리인상 당사국인 미국의 자산시장 거품이 붕괴되는 경우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미국 자산시장에 자금이 몰렸다. 특히 미국 국채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미국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면 국제 자금흐름이 순식간에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둘째 미국의 재정절벽 여부도 중대한 현안이다. 금리인상 이후 경기조절책으로 중시될 재정정책이 미국 경기를 받쳐주지 못하면 미국 경제는 재둔화 우려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재정절벽은 의의로 큰 복병이 될 수 있다.

셋째 유럽통합이 붕괴될 가능성도 커다란 변수다. 스코틀랜드(영국), 바스크와 카탈루냐(스페인), 플랑드르(벨기에) 등에서 분리 독립 요구가 거세다. 영국 핀란드 덴마크 그리스 포르투갈은 물론 심지어 프랑스에서도 EU에서 탈퇴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넷째 독일의 리더십이 약화되는 것도 세계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난민 테러 등 유럽이 당면한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선 독일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독일마저 흔들린다면 유럽 위기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도 변수다. 일본 경제가 ‘안전통화 저주’에 걸려 있어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엔화는 강세로 되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강세는 ‘일본 국민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이면서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30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중국은 작년 3분기 이후 성장률 7%가 깨질 조짐을 보이자 다양한 부양책으로 대처해오고 있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국은 세계 경제에 의외로 큰 역할을 했다. 만일 중국 경제까지 경착륙한다면 세계 경제는 의외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일곱 번째 미국 금리인상 이후 신흥국에서의 자본 이탈 규모다. 신흥국에서의 대규모 자금 이탈은 언제든지 세계 경제 향방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2013년 5월 말 존 버냉키 Fed 의장이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자 인도 터키 브라질 등 이른바 ‘취약 5개국(F5)’을 중심으로 신흥국은 심한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현상에 시달렸다.

여덟 번째 원자재 가격(특히 유가) 하락세가 언제 마무리되느냐도 변수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세계 경제는 물가안정 등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각국이 ‘D(디플레이션 혹은 디스인플레이션)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에선 ‘경제활력 저하’가 더 우려된다.

아홉 번째 각국이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뛰어드는 경우다. 평가절하는 인접국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각국의 협조가 긴요한 상황에서 경쟁적인 평가절하 같은 극단적인 경제이기주의로 나아간다면 세계 경제는 언제든지 ‘복합불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열 번째 글로벌 공조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에도 말만 있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나토(No Action Talk Only)’에 그친다면 세계 경기는 복합불황보다 더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주요 20개국(G20)’은 합의 사항에 대해 구속력이 없는 국제협의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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