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시장의 자산 거품 우려가 대출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모펀드(PEF)의 차입매수(LBO),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프로젝트 등에 “싼 이자를 받더라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투자자가 줄을 서면서다. 은행이 주로 담당하던 LBO 인수금융 시장은 1년여 전부터 증권사, 보험사들이 들어오면서 2년 전 연 6%대에 달하던 선순위 대출 금리가 연 4% 초반대로 떨어졌다.

◆기업 인수금융도 과당경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3년 1월 코웨이 지분 30.9%를 1조1915억원에 사들이면서 총 인수금액의 약 40%인 47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선순위 대출 금리는 연 6.5%였다. 2년7개월 후인 지난 9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때는 7조2000억원의 인수금액 중 60%인 4조3000억원을 차입에 의존했다. 선순위 대출 금리는 연 4.6%였다. 딜의 성격과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2년 반 만에 총 인수대금에서 차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포인트 늘고 이자는 1.9%포인트 낮아졌다.

이렇게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여건은 MBK파트너스가 칼라일, KKR-어피티니 컨소시엄 등 외국계 사모펀드들을 제치고 국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사상 최대 규모의 딜을 따낸 배경이 됐다. 하지만 금융회사 사이에서는 MBK가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 4%대 금리는 너무 낮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수금융 시장의 경쟁이 격해지면서 투자 위험에 상응하는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대수익률 속속 하락

PEF가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차입형 자본구조재조정(리캡)’ 시장도 과열되기는 마찬가지다. PEF들은 기업 인수 당시 끌어다 쓴 대출금을 1~2년 후 저리로 차환하면서 대출 규모를 늘린다. 투자회사의 자본 구조에서 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배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리캡에 돈을 대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겼다.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금융기법이어서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이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해 1월 보고펀드가 버거킹 리캡에 나섰을 때는 선순위 금리가 연 5.2%였지만 지난 5월 칼라일의 ADT캡스 리캡 금리는 연 4.25%로 떨어졌다.

리캡 시장에도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몸을 사리는 은행도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연내를 목표로 추진하던 1조2000억원 규모의 ING생명 리캡은 우리은행이 ‘규모가 너무 크고 연 4%대 금리도 과도하게 낮다’는 이유로 내년으로 검토 시기를 미뤘다.

◆SOC 투자 ‘모럴 해저드’ 조짐도

서울시가 최근 추진 중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대표적인 SOC 투자 거품 사례다. 민간 사업시행사인 서서울도시고속도로주식회사는 최근 농협과 우리은행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8500억원 규모의 금융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선순위 대출 금리는 연 3.1%, 후순위 및 지분투자 수익률은 연 4.5% 이상으로 정해졌다. 34년 만기 선순위 대출 고정금리가 연 3.1%까지 떨어졌다는 뜻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금리 변동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SOC의 경우 투자 기간이 보통 15년 이상이어서 나중에 손실이 나더라도 현재 담당자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대형 보험사 자산운용본부장은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 건수로 내부 실적을 평가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며 “자칫 ‘묻지마 투자’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창재/좌동욱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