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오피스 빌딩 투자수익률 12년 만에 최악…뉴욕·시카고보다 낮아
마켓인사이트 12월8일 오후 4시11분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다지만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의 업무용 빌딩(오피스 빌딩)은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공실률과 임대료 등을 감안할 때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어요. 겁이 날 지경입니다.”(국내 대형 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체투자 붐으로 국내 업무용 빌딩 가격이 치솟자 기관투자가들이 속속 주머니를 닫고 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업무용 빌딩 가격은 3.3㎡당 최고 매각가 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0월 코레이트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서울 역삼동 캐피탈타워의 매각가는 3.3㎡당 2700만원(총 5100억원). 코레이트투자운용이 계획대로 투자금 모집을 끝내면 지난 1분기 3.3㎡당 2493만원에 삼성생명에 팔린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를 제치고 국내 오피스 빌딩 최고 매각가를 기록한다. 작년 말에는 중구 퇴계로 남산스테이트타워가 아부다비투자청에 3.3㎡당 2490만원에 팔렸다. 역시 당시 사상 최고 매각가였다.

하지만 임대료는 큰 변화가 없거나 하향 추세여서 연간 임대 수익을 건물 매입가로 나눈 ‘자본환원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젠스타에 따르면 국내 업무용 빌딩의 올 3분기 자본환원율은 4.57%로 이 업체가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최저치다.

연도별로 △2014년 4분기 5.4% △2015년 1분기 5.34% △2015년 2분기 4.85%로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의 평균 공실률이 3분기 8.1%에 달하면서 임대료 수익이 떨어졌지만 건물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빌딩과 해당 부지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징후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건물 가격과 해당 토지 가격의 비율이 6 대 4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7 대 3이 됐다”며 “땅값 상승 속도에 비해 건물 매매가 상승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인데 그 차이를 버블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격에 최소 10% 정도의 거품이 생겼다는 얘기다.

◆차라리 해외로?

이 때문에 운용사들이 매입을 위한 우선협상권을 따내고도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건물 매각이 무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매각이 무산된 서울역 맞은편의 STX남산타워가 대표적인 사례다. 건물 소유주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9월 34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정작 한투운용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면서 최종 협상 자체가 물건너가 협상권을 상실했다.

서울 종로구 다동에 있는 씨티은행 본점 건물 역시 지난 2월 마스턴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2000억원 규모의 목표자금이 모이지 않아 계약이 백지화됐다. 서초동 나라종금빌딩도 코람코자산신탁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다가 지난달 초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처럼 대형 빌딩의 매각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업무용 빌딩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의 눈길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차라리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이들도 많다. 한 공제회 대체투자 담당자는 “미국 뉴욕에는 신용등급 AA급의 임차인(건물을 빌려 쓰는 사람)이 10년 이상 장기 임차하는 빌딩 매물도 많다”며 “환율 리스크를 제외한다면 국내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수익도 좋다”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가 지난 9월 1300억원을 투자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업무용 빌딩 ‘51ASTOR’는 연평균 기대 수익률이 6~8%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매입한 미국 시카고의 ‘BMO 해리스은행 본사’ 건물도 연평균 6% 수준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가 국내 빌딩 투자를 위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9~10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서울 순화빌딩 알파빌딩 수송타워 등을 겨냥한 자금 모집이 진행 중이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잔뜩 몸을 사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