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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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시장의 시선이 온통 미국발(發) 이벤트로 쏠리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정책을 눈으로 확인하기 직전까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일 오후 2시1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81% 하락한 1977.82를 기록하고 있다. 사흘째 하락세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사흘째 순매도를 지속, 이날 오후까지 3239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매매금액은 2조3752억원 순매도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지속되는 것은 유럽 이벤트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전날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는 시장의 실망감을 남긴 채 끝났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내놓은 양적완화 정책이 높아졌던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불충분했다는 평가다.

전날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예금금리를 기존 -0.20%에서 -0.30%로 10bp(1bp=0.01%포인트) 인하하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종료 일정은 내년 9월에서 2017년 3월로 연장했다.

ECB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은 실망에 휩싸였다. 가장 기대했던 월 자산매입규모 확대가 빠져서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가 금융완화 패키지를 발표했음에도 글로벌 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며 "시장은 ECB가 Fed의 유동성 흡수에 대응할 만큼 과감한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자산 매입규모 확대가 미포함되면서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양적완화 정책의 강화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새로운 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경기에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극적인 효과를 보기엔 이번 조치가 미흡했다"며 "예상을 뛰어넘거나, 추가로 내놓을 카드가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거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ECB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난 뒤 FOMC로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 주말에는 미국 11월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20만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발표 결과가 예상을 충족하거나 웃돌면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에는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12월 FOMC 역시 시장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미국 FOMC가 열릴 때까지 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 한 상황"이라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상반된 통화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