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증권도 “정예 PB 양성” > ‘금융주치의’로 선발된 대신증권의 PB 45명은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대림동 대신증권 연수원에서 ‘제1회 금융주치의 MBA’ 연수를 받았다. 대신증권 제공
< 대신증권도 “정예 PB 양성” > ‘금융주치의’로 선발된 대신증권의 PB 45명은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대림동 대신증권 연수원에서 ‘제1회 금융주치의 MBA’ 연수를 받았다. 대신증권 제공
올초 수십억원대 자산가 박모씨(53·개인사업)가 신한금융투자 삼성역점의 윤기현 PB팀장을 찾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왔다”면서 1억원을 맡겼다. 윤 팀장은 신한금융투자의 최상위급 자산관리전문가(PB)로 이름나 있다. 수익률이 올라가는 속도에 맞춰 1억원의 예탁자산은 금세 10억원으로 불어났다. 박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시장환경이 좋지 않아 주변에서 손실을 봤다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50%대의 수익률을 내고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매매회전율이여 안녕!

윤 팀장은 매일 아침 박씨에게 3~5개의 추천종목을 팩스로 보낸다. 궁금한 종목에 대해서는 윤 팀장이 시황과 전망에서 전환사채(CB) 잔여물량 등과 같은 세세한 정보까지 알려준다.

이런 내용의 ‘입소문’이 나면서 윤 팀장을 찾는 투자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올 들어 고액자산가 13명을 신규 고객으로 맞았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자산 총액은 주식자산 276억원, 금융상품 자산 214억원 등 총 490억원에 달한다. 예전에도 윤 팀장처럼 고수익을 내는 PB에게 투자자가 몰리는 경우는 많았다. 최근 들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스타 PB’가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생면부지의 투자자들이 억대의 뭉칫돈을 들고올 정도로 PB센터의 신뢰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증권사 영업전략 대전환] PB센터 "단기수수료 포기했더니 고액 자산가 제발로 찾아와"
당초 일부 증권사가 ‘고객 수익률로 PB들의 인사평가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해당 증권사 내부에서조차 냉소적인 기류가 있었다. 하지만 “고수익을 내면 연봉을 더 많이 주겠다”는 단순 명쾌한 ‘인센티브’는 의외로 빠르게 PB들의 세계에 먹혀들었다. 모 증권사 PB의 얘기다. “그동안 매매회전율로 수수료를 따먹는 영업행태에 많이 지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차에 회사 측이 인사평가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해 ‘더 이상 고객들에게 미안한 짓은 하지 말자’ ‘이제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죠.”

◆몰려드는 자산가들

올해부터 신인사제도를 도입한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부터 고객수익률뿐 아니라 PB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고객의 숫자도 인사평가 기준에 추가했다. 도입 9개월 만에 1억원 이상 투자하는 고액자산가 수는 6만5545명에서 7만1628명으로 6083명(9.28%) 늘어났다.

PB 인사평가에 고객수익률을 45% 비중으로 반영하고 있는 삼성증권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3월 말까지 8만8000명이던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수는 9월 말 현재 9만명으로 늘었다. 고객자산도 같은 기간 150조2000억원에서 175조원으로 24조8000억원(16.51%)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또 분기당 10% 이상 손실을 내거나 특정 자산에 쏠림현상이 심한 직원, 매매수수료가 과도하게 발생한 직원의 매출실적을 ‘불건전매출’로 분류해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런 평가시스템을 적용하자 수수료실적 기준으로 100위권 밖에 밀려나 있던 PB 74명이 100위 안에 진입했다. 작년 7월부터 인사제도를 개편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하반기에 총 수익률 5.88%를 거둔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4.87%의 수익률을 냈다. 작년 말 40조5482억원이던 고객자산은 9월 말 현재 45조5390억원으로 12.3% 증가했다. 신인사제도를 도입한 5개 증권사의 고객자산은 지난해 말 381조9200억원에서 지난 9월 말 468조3200억원으로 86조원 이상 폭증했다.

◆“이승엽도 타격폼을 바꾼다”

이런 판국에 다른 증권사들도 가만있을 수 없게 됐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투자수익률로 인사평가를 받는 자산관리 전문가 ‘금융주치의’를 45명 선발했다. 고액자산가를 전담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회사의 대표 PB로 키우기 위해서다. 대신증권이 수익률로 직원을 평가하는 건 이들이 처음이다. 금융주치의들을 가르치는 ‘MBA 프로그램’을 짜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교육장에는 ‘이승엽도 57번째 홈런을 치기 위해 타격폼을 바꾼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김광혁 대신증권 역량개발부장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 등을 수시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교육을 통해 업계 최고의 정예 PB를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