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상장폐지 제도 수술

보고서 제출기한 연장
상폐 예외규정 신설 검토
마켓인사이트 11월18일 오후 4시7분

[마켓인사이트]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 족쇄 풀린다

상장회사가 제때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폐지하는 ‘감사보고서 제출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부실 감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시장에 정확한 기업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감사보고서와 관련한 상장폐지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8일 “법정기한 내에 반드시 감사보고서를 내야 하는 규제 때문에 회계감사 정보가 왜곡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과 외부감사인(회계법인)에 감사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좀 더 시간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상장회사는 결산 후 90일 안에 감사보고서를 첨부한 사업보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법정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법정기한으로부터 10일 내에도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상장사의 90% 이상이 12월 결산 법인이어서 다음해 3월 말에 감사보고서 제출이 몰린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1월부터 3월까지 감사 일감이 몰리는데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어 기업과 의견이 맞지 않아 감사의견을 내기 힘들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적정’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며 “과도한 감사보고서 제출 규제가 부실 감사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수주산업을 시작으로 2018년께 전체 상장사에 핵심감사제(KAM)를 도입하면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 연장 없이는 KAM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AM은 외부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판단한 핵심적인 재무위험 정보를 경영진 및 감사위원회와 의견을 교환한 뒤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위는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의견 불일치 등 사유가 있을 때는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연장해주고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로 곧장 이어지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기업은 그 자체로 시장에 주의를 환기하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다만 법인세법 처리 문제가 감사보고서 제출 규제 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법인세는 감사보고서를 첨부해 결산 후 90일 이내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법인세 신고 기한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만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 연장이 가능해진다. 중소기업에 법인세 신고 기한을 한 달 연장해주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기획재정부가 세수 일정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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