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계좌이동제가 시작되자마자 계좌변경 2만3047명, 계좌해지 5만6701명 등 8만여명이 기존 주거래 은행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요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계좌이동제는 금융결제원 페이인포 사이트(payinfo.or.kr)를 통해 소비자가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 계좌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를 신규 계좌로 한꺼번에 옮겨주는 제도다. 첫날 페이인포 사이트는 접속자가 18만3570명(중복 접속 포함)에 달하면서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국민·신한·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의 마케팅과 소비자 지원부서 담당자는 일요일인 1일에도 출근해 첫날 실적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A은행 마케팅부장은 “예상보다 계좌이동이 많아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앞으로 추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상 근무 태세”라고 전했다. B은행 영업기획본부 임원은 “영업점의 초기 응대가 계좌이동 여부를 가를 수 있어 전화응대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2일 영업점 직원들에게 출근하자마자 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한 계좌이동제를 다시금 체험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또 경쟁 은행과의 계좌이동에 따른 혜택을 비교하며 마케팅용 경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C은행 경영전략담당 직원은 “소비자 문의를 주말에 분석하면서 계좌 변경을 원하는 이유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우수 거래 고객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계좌이동제 시행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십수 년째 A은행을 이용하고 있는데 대출을 받으려고 하니 B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매기더라”, “우량 소비자로 분류됐는데도 제대로 된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