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관련 법률 체계를 손보려는 것은 목적이 서로 다른 법률이 국민연금 경영진과 조직 내 갈등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연임 여부를 놓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가 정면충돌한 근본 원인도 불합리한 법률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법-공운법 충돌…내부 갈등 부추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조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법은 기금운용본부를 사실상 보건복지부 장관 산하 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공단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라는 취지(이찬진 변호사·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다. 이를 위해 ‘기금 관리와 운용은 복지부 장관이 한다’(102조)는 별도 법 조항을 뒀고 복지부 장관이 기금 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도록 했다. 기금 이사(기금운용본부장)를 다른 2명의 이사와 달리 공모 절차로 뽑도록 법에 규정한 것도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2007년 도입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국민연금법의 이 같은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게 많은 연금 전문가의 지적이다. 공공기관운영법은 기관장의 책임경영을 위해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간 관계를 뚜렷한 상하 조직으로 만들었다.

법률조항 자체도 상충한다. 국민연금법(31조)은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본부장 임면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28조)은 이사 연임 여부를 이사장 권한으로 명시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법률 규정이 모호하다”고 인정했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는 “공공기관운영법을 근거로 기관장(이사장)이 상임 이사들의 관리 감독권을 갖는 현 체제에서 이사장의 ‘인사 월권행위’만 부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단은 기관장 평가에 기금 수익률이 반영되기 때문에 이사장도 기금운용 업무에 관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전·현직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은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이중 지배 구조가 실제 투자 업무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기금운용본부 외부에 있는 공단 감사실과 준법지원실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사모펀드(PEF)의 한 대표는 “국민연금의 컴플라이언스(준법지원실) 조직이 투자 비전문가인 감사원 논리로 투자를 건건이 사전 심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황정수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