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재테크'서 '지키는 재테크'로] "1억 있다면 주식자산 5천만원 이하로…적어도 1천만원은 현금으로"
“주식 연계 상품을 줄여라.”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을 권하던 주요 증권사 일선지점 투자상담사(PB)의 태도가 9월 이후 180도 달라졌다. 채권혼합형펀드 등 중위험 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일부 자산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주문이다. 연말께로 예상된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침체 등 수익률을 까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주식형펀드 투자 자제할 때

한국경제신문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5개 주요 증권사로부터 1억원을 가지고 연 5%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받았다. 가장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안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1억원 중 5200만원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2800만원은 은행 예금과 성격이 비슷한 물가연동국고채에 넣을 것을 권했다. 이 증권사가 추천한 중위험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2800만원), 공매도 전략을 병행하는 롱쇼트펀드(1200만원), 공모주펀드(1200만원) 등이다.

신한금융투자의 포트폴리오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장기채권형펀드에 3000만원, 저위험 주가연계증권(ELS)에 3000만원을 배정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도 1000만원의 여윳돈을 넣어둘 것을 주문했다. 주식 자산은 가치주펀드(1500만원), 일본주식펀드(1500만원)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수형 ELS, 배당주를 담은 채권혼합형펀드, 장기우량채권형펀드에 2000만원씩 나눠 넣는 안을 제시했다. 코스피지수가 10~20% 조정받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는 설명이다. 기피해야 할 자산으로는 해외 채권을 꼽았다. 특히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채권에서부터 자금이 탈출할 것으로 본 것이다.

삼성증권은 국내외 주식형펀드에 5200만원을 넣을 것을 권했다. 5개 증권사 중 가장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다. 다만 변동성이 작고 이익 대비 주가가 싼 대형주를 많이 담은 펀드, 변동성이 작은 롱쇼트펀드로 투자 대상을 한정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포트폴리오 전략팀장은 “급락 가능성이 적은 주식이라면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하다”며 롱쇼트펀드에 2000만원, 국내외 주식형펀드에 4000만원, 국내외 채권펀드에 3000만원을 나눠 넣는 전략을 제시했다.

○자산의 10% 이상은 현금으로

증권사들은 1억원 중 1000만원 안팎은 현금성 자산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일선 PB 중에는 현금 비중을 30%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류정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 PB팀장은 “신흥국 주식이 조정받았을 때 저가 매수에 나서려면 현금성 자산이 많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원금을 지키면서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채권혼합형펀드를 고를 때 편입하는 채권의 성격을 따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 PB팀장은 “단기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채권값 상승) 반면 장기 채권의 금리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현재 시점에선 장기채가 낫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봤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장기채 수익률은 향후 경기의 향방에 따라 결정된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장기채 투자자들의 수익이 늘어난다.

월 발행액이 3개월 사이 반토막 난 ELS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과 손실구간이 넉넉하게 설정된 저위험 상품은 괜찮다는 의견이 맞서는 분위기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팀장은 “ELS투자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손실구간이 넉넉하게 설정된 저위험 상품이라면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하다”고 말했다.

송형석/안상미/김우섭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