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중국 경기 둔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리스크 오프(위험자산 회피)’ 국면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배당주에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고배당주 선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배당주 '3종세트' 만족해야 웃는다
○고배당주 선별 조건은

하나금융투자는 30일 ‘고PER(주가수익비율)의 수난, 고배당의 선전’이라는 보고서에서 “추석 연휴로 국내 주식시장이 이틀간 휴장하는 동안 미국 증시에서 고PER주는 급락한 반면 고배당주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며 “국내 주식시장도 이처럼 안정적인 수익에 베팅하는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고배당주를 선별하기 위해선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이 높고 △순부채비율은 낮으며 △최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기업을 고를 것을 조언했다. 순부채비율은 총차입금에서 현금과 단기예금을 뺀 순차입금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배당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금융소득 분리과세 등으로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 부담이 낮아진다”며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세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GKL, 메리츠화재, 대교, 한국쉘석유, 진로발효, 서원인텍, S&TC 등을 꼽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GKL은 최근 3년 평균 배당수익률이 3.4%였고,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2.7%다. 순부채비율이 마이너스이고, 최대주주 지분율은 51%에 달한다.

메리츠화재와 대교는 올해 배당수익률이 각각 2.6%, 2.5%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3년간 5%대의 배당수익률을 나타냈던 한국쉘석유와 진로발효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2.5~3.9%의 수익률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코스닥시장에선 서원인텍과 이크레더블이 ‘차기 고배당주’ 목록에 들어갔다.

○연기금, 배당 확대 요구 ‘관심’

전문가들은 연말로 갈수록 주주이익 환원을 위한 배당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고배당주에 매수세가 쏠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요 상장사에 배당금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악화되면서 올 4분기 증시 수급은 연기금이 채워가고 있다”며 “수급 주체로 떠오른 연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배당 확대 요구에 나선다면 배당주의 투자 매력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연기금이 잇따라 대형 수출주와 전통적인 고배당주를 사들이는 것도 이 같은 배당 확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순매수 1조7034억원)였다. 전통 고배당주로 꼽히는 KT&G(3348억원), SK텔레콤(3012억원)이 뒤를 이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