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하락률 최상위권, CDS프리미엄 상승 39개국 중 5위

중국의 '위안화 쇼크' 이후 한 달간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에 한국의 코스닥지수 하락률과 부도 위험 상승 정도는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중국 악재에 한국이 받은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의미다.

10일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 통계 등에 따르면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지난달 11일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달 9일 기준)에서 순매도한 외국인 자금은 41억7천333만 달러(4조9천808억원)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21거래일 연속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11일 이전으로 시점을 확장하면 외국인은 전날까지 25거래일째 순매도를 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강도는 위안화 가치 절하 이후 점점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달 24일 외국인 순매도액은 6억2천만 달러(7천399억원)로 올해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위안화 절하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액은 아시아 신흥국 8개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인도(-35억7천808만 달러)와 태국(-12억2천280만 달러), 대만(-11억6천886만 달러), 인도네시아(-7억981만 달러)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는 한국보다 작았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면서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한국 코스닥지수는 한 달간 12.09% 급락해 시장정보업체 마르키트가 집계한 '국가대표지수' 37개 가운데 4번째로 하락률이 컸다.

중국 선전종합지수(-17.38%)와 상하이종합지수(-13.38%), 페루 리마지수(-12.43%)만이 코스닥보다 수익률이 나빴다.

코스피는 한 달 동안 3.78%(25위) 떨어져 비교적 선방했다.

전날 3% 가까이 급등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0.13%)와 아르헨티나(0.09%)만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을 뿐 나머지 35개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위안화 절하가 중국 경기의 둔화 신호로 읽히면서 각국의 부도 위험도 급등했다.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당국이 '환율 카드'마저 꺼낸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도 위험 상승 정도는 최상위권이었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한 달 새 20.07% 급등했다.

지난달 24일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79.07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아 2013년 9월 이후 2년 만에 최고까지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한국의 부도 위험을 상승률로 보면 39개국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태국(28.52%)과 베트남(26.59%), 인도네시아(26.00%), 말레이시아(20.80%)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17.59%·8위), 브라질(17.47%·9위), 칠레(17.03%·10위) 등 자원 수출국들의 CDS 프리미엄도 크게 높아졌다.

이들 국가의 화폐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브라질 헤알 가치는 한 달간 10.03% 폭락했고 말레이시아 링깃(-8.73%), 터키 리라(-7.20%), 남아공 랜드(-6.72%), 인도네시아 루피아(-4.99%) 등도 급락했다.

중국발 위기에 타격을 받은 신흥국들 앞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고비가 남아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달 금리를 올리면 신흥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신흥국에서는 지난 2013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갑작스런 '자산매입 축소' 언급에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빠지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테이퍼 탠트럼)'을 겪은 바 있다.

중국 위안화 쇼크에 큰 충격을 받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미국 금리 인상은 설상가상의 악재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내년 하반기에 유럽 양적완화가 끝나면 유동성 축소 시대가 도래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남권 정선미 기자 merciel@yna.co.kr, kong79@yna.co.kr, smje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