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년2개월 만에 12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가 빨라지면서 뚜렷한 업종별 ‘온도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 약세로 힘을 얻은 수출주가 답보상태 주식시장의 ‘돌파구’를 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원료 수입 비중이 높거나 달러화 부채가 많은 종목은 원화 약세 부담에 주가가 눌리고 있다.
환율 급등이 몰고온 '증시 환절기'
○‘날개 단’ 자동차株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1.33% 오른 15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33% 뛴 15만3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아자동차도 1.74% 상승했고, 현대모비스는 1.96% 뛰었다. 현대위아(7.01%), 평화정공(6.61%), 만도(3.43%) 등 주요 자동차 부품주도 큰 폭으로 반등했다.

자동차주가 일제히 뛴 배경으로는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대비 ‘원화 약세’ 속도가 빨라진 점이 우선 꼽힌다. 해외 시장 수출 비중이 높고 미국, 일본, 유럽 업체와 경쟁이 심한 자동차업종은 원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환율 여건이 개선된 덕에 자동차주를 바라보는 증권가 시선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현대자동차 연간 영업이익은 1~1.6%, 기아자동차 연간 영업이익은 1.3~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2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상구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 매출은 1600억원, 기아차 매출은 1200억원가량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엇갈리는 수혜주·피해주

원화 약세 덕에 ‘희색’ 일색인 자동차주와 달리 다른 업종의 업황 전망은 엇갈린다. ‘전·차(전기·전자+자동차) 군단’의 한 축을 이루는 정보기술(IT)업종은 원화 약세가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는 신흥시장에서 IT 제품 구매력 약화로 이어져 가격경쟁력 강화분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T부품주는 수혜 기대가 우려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LG이노텍,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주요 IT 부품업체들을 주요 환율 수혜주로 꼽고 있다.

원재료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제철·운송·음식료주는 원화 약세 피해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연료구입 비용이 연간 15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코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원재료 구입 부담이 연간 900억원가량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주요 농산물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CJ제일제당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순이익이 13~1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달러화 표시 부채가 많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환율로 덕보다는 피해를 더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됐다.

김동욱/안상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