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펀드 200조 시대] 출시 하루만에 540억 '완판'…사모상품에 '큰손' 줄선다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급락해 투자 심리가 최악이던 지난달 말. 중소 자산운용사 안다자산운용이 내놓은 투자형 사모펀드 ‘안다보이저 2호’는 하루 만에 540억원을 모아 완판을 이뤘다. 사모 상품의 최대 모집인원이 49명임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평균 11억원이 넘는 돈을 냈다는 얘기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팀장은 “입소문을 타고 자발적으로 증권사를 찾은 고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락장에도 수익률 10%대 속출

저금리 저성장 국면에서 갈 곳을 잃은 자산가들의 여유 자금이 사모상품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적극적인 위험회피 전략을 통해 연 5%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뭉칫돈을 사모펀드에 넣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사모상품 시장의 주류는 투자형 사모펀드다.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비공개로 모은 자금을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형 상품을 의미한다. 경영권 참여를 목표로 만들어진 사모펀드(PEF)와 명칭이 같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사모펀드 시장의 주류는 최소 5억원 이상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다. 일반적인 주가 연계 금융상품들의 수익률은 일제히 고꾸라졌지만 대부분 헤지펀드는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전망이 안 좋은 종목을 공매도,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연초 이후 19.71%), 하이자산운용의 ‘하이힘센’(12.95%) 등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를 넘는다.

강남 일대 증권사 PB센터에서는 헤지펀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펀드당 49인 이하’라는 규정에 막혀 추가로 신규 고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드물어서다. 6개 헤지펀드를 운용 중인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5월부터 기존 펀드 ‘소프트클로징’(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거물 고객이라 하더라도 신규 펀드가 나올 때까지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메자닌, 스펙, 공모주 펀드 뜬다

자산가들이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것은 ‘49인’이라는 폐쇄성 때문이다. 펀드 규모가 10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아야 요즘처럼 증시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도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좀처럼 환매를 하지 않는 ‘큰손’들이 모인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고객들의 환매에 대응하느라 수익률 관리에 소홀해지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수익금의 10% 안팎에 달하는 성과보수도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성과보수라는 ‘보너스’가 걸려있는 만큼, 매니저들이 더 신경 써서 펀드를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의 사모펀드 판매액은 2013년 1조2948억원에서 지난해 2조2458억원으로 1년 만에 1조원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8월까지 이미 1조6909억원어치가 팔렸다. 자금몰이를 주도하는 상품은 매년 바뀌고 있다. 올 들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부동산, 메자닌, 분리과세하이일드, 채권혼합형 상품 판매액이 2013년보다 각각 2~7배가량 늘었다.

주목할 만한 히트상품으론 메자닌펀드가 꼽힌다. 2013년엔 5개 증권사 판매액이 107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729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 5월 판매를 시작한 ‘현대시즌1메자닌’은 투자자 모집 3개월여 만에 설정액이 1030억원까지 늘어났다.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금융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보다 운용 관련 규제가 완화된 형태로 도입한 것이다.

■메자닌 펀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단계에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주로 후순위채권,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주식 관련 채권에 투자한다.

■롱쇼트매매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long)함과 동시에 고평가된 주식이나 지수 선물 등을 매도(short)하는 기법. 주식 매수 후 보유를 통해 수익을 내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하락장에서 쇼트 전략으로 수익을 얻거나 추가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


안상미/허란/김우섭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