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으로, 빨리 해소가능한 것은 회장 사재로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사재로 롯데제과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장마감 후 롯데제과 주식 1만9천주(지분율 1.9%)를 종가(188만2천원)에 사들였다.

모두 357억5천800만원어치로, 이번 매입을 통해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6.7%로 높아졌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개인 사재로 롯데건설이 갖고 있던 롯데제과 주식 1만9천주를 매입한 것이라며 이번 매매로 그룹의 전체 순환출자 고리가 416개에서 276개로 34%(140개)나 줄었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건설-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건설, 롯데건설-롯데제과-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과 같은 형태의 순환출자 고리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번에 롯데건설과 롯데제과의 지분 관계가 해소되면서 이 두 회사 출자 구조를 중심으로 가지가 뻗은 크고 작은 140개 순환출자 고리가 한꺼번에 끊어진 것이다.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350억원이라도 계열사가 지분 매입 자금을 따로 마련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만큼 이번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재원으로 끊을 수 있는 순환출자 고리는 신 회장이 직접 사재를 털어서라도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데 7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1단계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에 신 회장의 사재를 넣었고, 큰 비용이 드는 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에 따르면 소규모 순환출자 단절에 이어 다음 달부터 11월 정도까지는 이른바 '중간 단계'의 자금이 필요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좀 더 큰 지분을 계열사들이 서로 매입·매각하면서 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재원이 들어갈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신 회장이 다시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롯데의 목표는 11월말까지 416개 그룹 전체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80%인 340개를 없애는 것이다.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설립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서는 그룹 출자 구조상 가장 큰 줄기들을 정리해야하기 때문에 수 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소요 자금 규모를 7조원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을 무려 94%나 갖고 있다.

만약 롯데쇼핑을 지주회사로 세우려면 '산업자본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상 롯데카드 지분을 모두 팔고, 다른 계열사나 오너 개인이 이 지분을 인수해야한다.

롯데카드는 비상장 회사라 현 시점에서 정확한 가치 평가가 어렵지만 비슷한 규모의 상장 카드사에 견주어 약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 한 출자 관계를 끊는데만 그룹 차원에서 약 2조원어치를 팔고 다시 2조원어치를 사는 거래가 이뤄져야하고, 거기에 수반되는 막대한 세금과 자금 조달을 위한 이자 등 금융 비용이 예상된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