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⑫] "중국 정부, 상하이증시 뒤흔든 꼬리 잘라냈다."
속절없이 추락하던 상하이종합지수가 6거래일만에 반등했다. 그것도 폭등 수준인 전일 대비 5.4%다. 27일 상하이지수는 3085.42로 마감했다. 장중 3000선이 깨져 2906.49까지 내려앉았지만 국유자본의 주식매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6월12일 5178.19에서 정점을 찍고 급전직하한 상하이지수. 뉴욕증시와 아시아 유럽증시까지 강타한 중국 증권시장이 이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것일까.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로 간접 투자한 이들뿐아니라 중국 경제 나아가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지난 19일 상하이증시의 폭락 이유로 △선물지수의 급락 △투자심리 악화 △부유층 이탈 △공매도 우려 증가 △4000대 매물 압박 △웨이신의 가짜정보 유포 등 6가지를 꼽았다.(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⑪ 참조) 여기에서 중국 증시 공매도의 주범은 선물시장이었다는 게 전 소장의 진단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 지수 폭락의 주된 이유였는데 이를 중국 정부가 뒤늦게나마 대처했고 그것이 약효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그 꼬리를 뒤늦게 잘랐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상하이지수 폭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많았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많았지만 음모론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홍콩과 미국이 그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상하이방의 거두 장쩌민(江澤民) 체포설도 나돌았다. 잘 따져보면 대부분 근거없는 ‘카더라 통신’이다.
지난 25일 저녁 중국 인민은행이 내놓은 지급준비율 인하와 금리인하라는 ‘동시패션 카드’도 효과가 없었다. 왜 그럴까. 전 소장은 선물시장을 주목했다. 과거 한국 증시처럼 중국 증시에서도 선물이 현물을 뒤흔드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전 소장은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선물 투기자들과 신용 거래를 청산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의 방향이 일치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 정부의 시장구조 조치가 힘을 못썼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의 연쇄 폭락 이유에 대해서도 “개인들이 악재에 반응해 투매하면 선물이 가세하고 주가가 폭락하면 신용담보부족계좌의 하한가 매도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물투자가들이 현물투자자를 찜쪄먹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은 약세장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중국 정부가 증시에서 기업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모조리 때려잡았고 신용 융자도 규제하고 줄였는데도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상하이지수가 27일 오후 2시30분에 급락해 3000선 밑으로 잠시 내려 앉은 것도 선물시장의 변동성 때문이라고 전 소장은 해석했다.

상하이거래소 현물시장에선 당일 매도 매수가 안된다. t+1(거래가 체결된 다음날 결제하는 제도)시스템이다. 선물시장은 당일에 샀다 당일에 팔 수 있는 t+0 시스템이었다. 주로 기관투자가가 이를 이용해 공매도와 선물 매도를 병행하면서 하루 등락폭 5~8%의 시장에서 대박을 내기도 했다. 전 소장은 이를 “t+0가 t+1을 찜 쪄먹은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선물의 변동성 때려잡기'감독의 칼' 등장

중국 정부는 선물시장에 여러 개의 칼을 빼들었다. 기관투자가들이 폭락장에서 선물과 현물을 연계해 대박을 낸 것을 눈치 챈 당국이 지난달 선물 거래 시스템을 t+0에서 t+1로 바꿨다. 상하이선물거래소는 선물거래 보증금을 올려 레버리지를 축소시켰다. 26일 보증금 비율 인상(10→12%)에 이어 27일에는 12%에서 15%로, 28일에는 15%에서 20%로 올렸다. 선물거래 수수료도 지난 26일 1만분의 1에서 1만분의 5로 5배 인상했다. 악성 투기거래자의 발을 묶겠다는 의도다.

악성 공매도자 거래 정지 조치도 취했다. 하루 600계약 이상의 거래를 하는 큰 손 중 164명의 계좌를 1개월간 거래정지시켰다. 하루 600계약 이상을 대량으로 매매하면서 하루 400차례 이상의 매수주문을 냈다 바로 철회하는 악성투기자들을 색출한 것이다.

선물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곳은 현물시장에서 장외 신용거래로 레버리지를 걸게 했던 ’HOMS를 통한 사채업자‘들과 같은 그룹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 불법 자금공급사이트(多空拍拍机 등)를 적발했다. 투자자들이 이 사이트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폐쇄 조치를 내렸다.

◈"선물시장에서 규제는 저승사자…변동성 축소 지켜볼 일"

전 소장은 비유의 달인이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꿀’에 비유했다. ”결국 개미의 투자심리는 꿀(돈, 수수료 인하와 유동성 공급)로 달래고 잡아야지 매로 잡으면 도망간다."는 말도 했다. “선물은 규제로 잡아야 하고, 신용은 털어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개미들의 ‘투자심리 회복’에 주력했던 중국 정부가 신용 정리에 코피가 터졌고, 선물 공매도에 뒷통수를 맞았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전 소장은 이제 상황 파악이 끝난 중국 정부가 코피를 닦고 선물시장과 공매도에 뒷통수를 갈기고 있다며 ’저승사자론‘을 내놓았다.

”미국도 파생상품 때문에 망했다. 과도한 상품규제 해제가 월가를 말아 먹었다. 그래서 미국을 필두로 파생상품의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유행처럼 퍼졌다. 한때 거래량에서 세계 수위였던 한국의 선물·옵션시장이 쪼그라든 것도 정부 규제 때문이다. 시장의 변동성 축소와 정부 규제의 합작이다. 선물시장에서 정부의 규제는 ’저승사자‘다. 중국 증시의 변동성 축소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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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명수 한경닷컴 뉴스국 부국장 max@hankyung.com
사진=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jin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