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시장이 정부의 계속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24일 속수무책 상황에 빠졌다.

이날 상하이·선전 두 증시에서는 오전장 동안에만 2천600여개 상장종목 가운데 13개사만 상승했을 뿐 1천500개 가량의 종목들이 하한가(하루 변동제한폭 ±10%)를 기록했다.

대중교통, 방위산업, 항공우주, 증권 등 각 업종의 전광판은 9% 넘게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 한 주간 상하이종합지수는 11.54% 떨어지면서 6월 말 증시 폭락 기록에 육박했다.

중국 증시의 한 전문가는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이제 아무것도 증시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손절매하지 않으면 상당수 펀드들이 문을 내릴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경제지표의 악화와 자금유출의 징후가 중국 정부가 다양한 방책으로 시장을 진정시키고 부양하려 애썼지만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마지막 승부수였던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확대 및 경기부양에 나서며 증시부양을 기대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증시가 급락하던 지난주 역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18일 1천200억 위안, 19일 1천100위안, 20일 1천200억 위안의 중단기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시장을 진정시키는데 실패했다.

특히 23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양로보험기금의 증시투입 계획은 당초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시장이 기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은데 대한 실망 매물이 투매에 가깝게 쏟아졌다.

중국 국무원은 3조5천억 위안에 달하는 양로기금 가운데 30%인 1조 위안을 주식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비중 상한선은 시장이 이미 파악해 소화했던 내용이었다.

기대했던 하한선이 발표되지 않은 것이 정부의 증시부양 의지에 대한 의심으로 발전한 것이다.

선완훙위안(申万宏源) 증권의 첸치민(錢啓敏) 애널리스트는 "연금기금의 투입이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금도 바닥권이 아니고 더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투매세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자본유출 심화에 따라 중국 단기자금 시장에 유동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중국 당국이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주가하락 원인은 최근 정부가 시장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자금유출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 원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현재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간신히 7%를 유지할 정도로 경기지표가 크게 부진해진 상황이고 경기의 반등 모멘텀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치이펑(祁益峰) CEBM 컨설턴트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에 놓여있다"며 "더 이상의 호재도 없고 새로운 자금유입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의 지표성 역할을 하는 기업인 알리바바 주가가 지난 21일 3.04% 폭락한 68.18달러에 마감된 것도 투자심리 저변에 깔린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이는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당시 공모가 68달러에 근접한 주가다.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이로써 현재 1천696억 달러로 최고점에 달했던 지난해 11월에 비해 1천억 달러가량이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불안한 흐름이 중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에도 전이돼 전 세계 경제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