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뒤덮는 '경제 비관론'] 채권시장도 경기침체에 '베팅'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최근 3거래일 연속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한국 등 신흥국의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압력이 전반적으로 커지는 추세지만 국내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730%로 전날보다 0.014%포인트 상승했다. 전날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0.02%포인트 이내 낮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올 4월17일 기록한 사상 최저금리인 연 1.691%와는 불과 0.04%포인트 차이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별로 외국인이 이틀 연속 파생상품시장에서 국채선물을 적극적으로 매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국채선물(9월 만기물) 2568계약을 순매수했다. 국채선물 1계약 매수는 표면금리 5%짜리 3년 만기 국고채 1억원어치를 매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주로 국채선물시장에서 활동하며 현물시장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외국인은 전날에도 4008계약을 순매수했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반대로 이틀 연속 비슷한 규모의 국채선물을 순매도하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의 경기 부진을 예상하고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한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여전히 부진해 금리의 상승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뛰어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이 국고채를 안심하고 사들이는 배경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 정부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10단계 중 상위 4번째에 해당하는 ‘Aa3(긍정적)’로 매기고 있다. 중국의 ‘Aa3(안정적)’와 일본의 ‘A1(안정적)’보다 높은 평가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