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성장경로 불확실성 커…하반기 대외리스크 유의"(종합)
"중장기적 잠재성장률 여전히 3%대 예상"
"위안화 절하로 인한 환율 쏠림현상 바람직하지 않아"
"지난 1년여간 네 차례 금리인하…효과 있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3일 국내 경제에 대해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성장경로상 불확실성이 크고 하반기에는 대외 리스크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현행 1.5%의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금리를 인하한 뒤 2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메르스 사태 충격으로 위축됐던 소비와 경제주체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회복세를 나타내겠으나 성장경로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여전히 3%대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둡진 않다"면서도 "올 하반기 미국과 중국 등으로 인해 대외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증대 ▲유가하락에 따른 원자재 수출국·취약 신흥국의 금융경기 불안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 절하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친 데 대해 우려를 드러내며 "국내 경제 영향이 큰 중국이 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면서 국내 통화가치와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수출경쟁력과 자본 유출입 측면에서 여파가 나타나겠지만 아직 그 영향은 복합적인 상황"이라며 "위안화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화로 인해 원화 환율의 변동폭이나 변동속도에 있어 쏠림현상이 과도한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의깊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절하 충격에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지연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결문을 보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다"며 "인상 시기가 9월이 될 지 12월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시기 모두 가정해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시 제일 우려되는 것은 국제자금의 흐름"이라며 "국내 들어와 있는 외국인의 투자자금 흐름과 자금 유출 가능성이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불안까지 겹치면서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점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8월 이후 단행한 네 차례의 금리인하에 대해 경기부양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 올해 3월, 6월 총 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년도 채 안돼 1.0%포인트나 금리를 인하한 것.

그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금리가 큰 폭 하락했다"며 "신용공급 증가로 인한 완화적인 금융상황이 소비와 투자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금리인하 후 메르스를 비롯해 예기치 못한 충격이 있었다"며 "이 부분이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했고 구조적 요인들로 인해 금리인하 효과가 옛날 만큼 가시화되지 못한 부분은 있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