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레이더]中 '환율 충격' 후폭풍 지속 예상…수혜·피해株는
전날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뜨리자 국내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5개월 만에 1980선까지 밀려났다.
위안화 약세로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은 장중 21원 넘게 급등하는 등 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미국 증시 급락…다우 1.21↓
밤사이 미국 증시도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로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2.33포인트(1.21%) 하락한 1만7402.8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96%, 1.27% 하락했다.
중국 상황에 민감한 유가 또한 크게 출렁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88달러(4.2%) 낮은 43.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유럽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1% 내린 6664.54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2.7% 하락한 1만1293.65,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9% 각각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국내 증시에 장단점이 있다면서도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기준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은 휴대폰과 부품, 석유제품, 조선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증시에 보다 큰 악재는 원화의 동반 약세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외국인 자금 이탈로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는 추가 하락할 것으로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와 위안화 약세에 따른 중국의 소비 감소가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의 금리 인하와 두 차례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한 중국 정부가 '환율 카드'까지 꺼내든 건 그만큼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걸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절하조치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며 "하지만 경기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과 위안화 절하에 따른 수입 감소,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은 부정적인 재료"라고 말했다.
◆ 위안화 평가절하 영향 업종별 상이
전문가들은 다만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국내 증시의 영향은 업종별로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와 의류OEM은 위안화 약세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화장품, 면세, 여행 등 소비주는 피해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식시장의 핵심 변수는 환율이 될 전망"이라며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환율 변화, 즉 달러화 강세가 각 업종마다 상이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 약세의 수혜 업종은 자동차, 의류OEM"이라며 "위안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할 경우 해당 업종은 원화 약세 모멘텀(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자동차 업종은 엔화의 추가 약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이번 상황에서 대표적인 수혜주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또 "위안화 약세에 따른 피해업종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의류, 음식료, 게임 등과 화장품, 면세점, 여행 등의 중국 관련 소비주"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화장품, 면세, 여행 등 중국 관련 소비주는 중국인의 해외 소비가 국내 소비로 전환될 수 있어 큰 피해를 볼 수 있단 지적.
화장품의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에 대한 논란도 겪고 있어 조정 압력에 가장 빨리 노출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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