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에 빠진 주식시장] 하루 만에 뒤바뀐 한미약품 목표주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9일 공개된 한미약품의 실적 쇼크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당일 오전에도 ‘찬사 일색’인 기업분석 리포트를 쏟아냈다.

유안타증권은 한미약품이 28일 오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하자 29일 오전 목표주가를 56만원에서 58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당일 장 마감 직전 어닝 쇼크가 발표되자 다음날 목표주가를 52만원으로 재조정했다. 투자 의견도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서 ‘기술수출 수익배분 비율이 불투명하다’는 쪽으로 틀었다. NH투자증권 SK증권 등의 행태도 비슷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미국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의 7800억원대 신약기술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단숨에 ‘헬스케어 대장주’로 부상했다. 애널리스트는 물론 주요 펀드매니저도 “헬스케어주 거품 논란이 있지만 한미약품만은 실적이 입증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실적 쇼크로 한미약품의 위상은 추락했다. 거품 논란도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과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세금 비용을 잘못 추정했다. 제약·바이오주는 업종 특성상 연구개발 비중이 크고 개발기간 장기화 가능성으로 비용상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금 같은 분석기법이라면 실적 추정치가 크게 빗나가는 제2, 제3의 한미약품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이 기업설명(IR)을 소극적으로 한 것도 깜깜이 분석의 이유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기술수출 계약 공시 전 주가가 급등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국의 감시가 시작된 직후 한미약품이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실적 추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