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새누리당 의원(국회부의장)이 적대적 M&A 공격에 맞서 기업에 경영권방어 수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기존 주주들에게 발행가격이 액면가 미만으로 대폭 할인된 신주를 발행할 수 있게 하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과 1주에 여러 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 아직 소동을 벌이고 있는 와중이다. 모처럼 시의적절한 법안이 나왔다.

이들은 진작에 허용했어야 할 경영권 방어 장치다. 적대적 M&A를 허용하는 이상, 그것에 맞서는 방어 수단도 줘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오로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공격해오는 ‘먹튀’ 세력에 대해 해당 기업이 대항할 수단이 자사주 매입밖에 없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자사주 매입에 조 단위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 기업의 투자여력까지 소진시키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앞서 2009년 이번 법안과 똑같은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적대적 M&A 공격수단과 이에 상응하는 방어수단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당시 법무부의 지적 그대로다. 당시 야당의 반대로 개정안이 무산되지 않았다면 엘리엇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차등의결권도 마찬가지다. 주주평등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1주=1의결권’을 금쪽같이 여기지만, OECD나 EU에선 소유권과 의결권이 동일한 비율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미국, 유럽에서 차등의결권이 보편화된 것이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구글 애플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다 그렇다. 장기보유자에 대한 우대는 기업의 장기지속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결국 반(反)기업정서라는 도그마가 문제다. 투기자본이야 경영권 방어 제도에 반대하겠지만, 국회가 결과적으로 이런 투기자본 편에 서는 역설은 끝내야 한다. 미국 일본 유럽이 다 보장하는 경영권 방어를 한국만 못 할 이유가 없다. 방어장치의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