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의 부진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주요 해외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몇 년째 반복된 결과다. 게다가 내년에는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비과세되는 해외 펀드까지 가세한다. 하지만 국내 운용업계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해외 펀드를 직접 굴릴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갖춘 운용사가 드문 탓이다.
[신 펀드전쟁, 최후의 승자는] '비과세 날개' 다는 해외펀드 시장…국내사 역량은 턱없이 부족
○몸집 커지는 해외 펀드 시장

해외 투자펀드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심화되면서다. 특히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44조원이었던 해외 펀드 순자산은 2012년 51조원, 2013년 53조원, 2014년 60조원에 이어 올해 6월 말엔 68조원으로 불어났다. 5년간 54.5% 늘었다. 일반투자자들이 가입하는 해외 공모펀드 규모가 주춤한 틈을 타 거액 자산가와 기관들이 해외 사모펀드에 뭉칫돈을 넣고 있는 게 최근 들어 달라진 추세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공모펀드에선 자금이 꾸준히 빠졌지만 부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사모펀드는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해외 펀드가 월등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지난 1년 수익률(7월24일 기준)은 평균 2.23%에 그쳤지만, 중국본토펀드(85.83%), 일본펀드(31.96%) 등을 포함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평균 18.36%에 달했다.

최근 중국 주식형 펀드를 내놓은 마이다스에셋의 신진호 주식담당 대표는 “국내 주식만 쳐다보다가는 고객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맞춰주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해외 펀드 시장은 향후 3~5년 내 국내 펀드에 맞먹는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정부가 내년부터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비과세 혜택을 줄 예정이어서 해외 펀드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세제 혜택을 계기로 장기성과가 우수한 해외 펀드를 보유한 운용사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운용사 역량은 걸음마 수준

정부는 비과세 해외 펀드를 도입할 때 재간접형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외 유명 펀드를 들여와 단순 재판매하는 외국계 운용사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토종 운용사’들엔 호재다. 더욱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은 최근 국내 운용사들을 상대로 해외자산 위탁운용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정작 반기고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주식 채권 등 해외자산을 직접 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워낙 적어서다. 국내 60여개 운용사 중에서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에 법인이나 지점을 두고 자산을 굴리는 곳은 삼성 미래에셋 한국투신 트러스톤 등 6~7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진출 초기여서 현지 시장을 파악하는 데도 벅찬 실정이다.

현재 해외 펀드 시장은 외국계 운용사가 장악하고 있다. 해외 펀드 순자산이 많은 운용사 10곳 중 6곳이 외국계다. 이들이 전체 해외 펀드 자산의 84%를 굴리고 있다. 임덕진 미래에셋자산운용 PM(프로덕트 마케팅)본부 이사는 “토종 운용사들이 글로벌 자금을 최소 수십년간 굴려온 해외 운용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눈앞의 이익을 내는 데 급급하기보다 장기 관점에서 착실하게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시장이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새로운 펀드를 내놓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고객의 장기 성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해외의 다양한 상품 구조를 벤치마킹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