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먼저 저금리를 경험한 일본 투자자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투자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자국 내 상품만으론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공모펀드의 해외투자 비율은 32.7%로, 12.1%에 그친 한국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금액으로 따지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일본의 해외자산 투자액은 30조엔(약 284조원)으로 22조9000만원인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두 나라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다르다. 일본의 해외자산 중 50.1%가 채권이다. 주식은 22.8%,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이 나머지다. 자산 배분전략에 입각해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의 주식 비율은 56.4%로 압도적이다.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 좋을 때 단기 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많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해외주식 투자액도 매년 줄고 있다. 2007년 61조원에 달했던 해외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지난해 말 12조9000억원까지 줄었다. 2007년 중국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시장을 떠난 결과다.

미국, 호주 등 다른 저금리 국가들도 해외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미국 공모형 펀드 중 해외주식형 상품의 순자산은 2008년 8986억달러(약 1048조원)에서 지난해 말 2조793억달러(약 2426조원)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해외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된 결과다. 호주도 퇴직연금 펀드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호주의 퇴직연금 펀드인 ‘슈퍼 애뉴에이션’의 해외자산 비율은 35%에 이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