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사] 엘리엇 현물배당 관련 주주제안 부결…일부 연기금은 찬성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선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한 배당 관련 안건 2개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 입장에서는 합병 표결에서 자신이 지더라도 주주제안 안건들은 통과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된 것. 특히 국내 기관의 상당수가 이들 안건에 대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현물배당을 허용하는 제2호 안건 표결에서는 총 1억3146만5269주(출석률 84.16%)가 참여해 45.93%의 찬성표가 나왔다. 중간배당을 이사회가 아닌 주총에서도 결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3호 안건(출석률 84.15%)의 찬성률도 45.82%에 그쳤다. 이 두 안건은 정관을 개정하는 데 필요한 ‘주총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에 찬성했던 국내 일부 연기금은 배당 관련 안건에도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국내 연기금들은 주식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해왔다”며 “이번 주주제안으로 배당을 늘릴 수단을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반대표를 던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주주와 외국인 중 상당수가 이들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중간배당, 현물배당 등이 당장 주주에게는 이득으로 비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