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증시가 사흘 연속 반등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에 의한 것인 만큼 최근 3주간의 급락세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자본시장 개방정책이 후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의 증시 폭락에 놀란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개방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중국 본토 A주식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롤러코스터 증시에 '화들짝'…자본시장 개방 후퇴하나
○“증시 불안에 개방속도 늦출 듯”

상하이종합지수는 13일 지난 주말 종가 대비 2.39% 오른 3970.39에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8일까지 급락한 이후 9일부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롤러코스터 증시에 '화들짝'…자본시장 개방 후퇴하나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의 상하이증시 불안으로 중국 지도부가 당초 계획했던 자본시장 개방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UBS증권은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 증시 급락을 계기로 중국 지도부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허약하고 금융감독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중국 증시는 물론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타오둥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도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실패하면 자본시장 개방 일정이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중국 정부는 중국 본토 A주식의 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과 올 하반기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 변경 등을 위해 올 연말까지 자본시장 개방을 가속화할 계획이었다. 중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제한이 MSCI 지수편입과 위안화의 SDR 바스켓통화 포함에 핵심적인 걸림돌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투자한도 상향 조정 △선강퉁(선전과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 제도 시행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 확대 △위안화 자유태환 허용 등을 연내 추진하려 했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본시장 개방이 늦춰질 경우 이르면 올 4분기 중으로 예상됐던 중국 본토 A주식의 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 결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MSCI 측은 6월 연례 시장분류 검토회의에서 중국 A주식의 신흥시장지수 편입을 유보하면서 자본시장 개방 조치가 진전되면 비정기 회의를 열어 편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中 증시 불안에 다시 주목받는 홍콩

이번 중국 증시 급락을 계기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추진과 이와 연계된 자본시장 개방으로 홍콩의 위상이 낮아졌지만, 이번 중국 증시 급락과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상하이나 선전이 홍콩을 대체할 금융허브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급속하게 사그라들었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투자회사 올스타인베스트먼트의 리처드 지 대표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주식시장 개입으로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증시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큰 교훈을 얻었다”며 “반면 홍콩 시장은 선진적인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크고, 정부의 시장간섭이 적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홍콩의 자산운용사 캐세이코닝의 마크 코닌 대표도 “중국 증시의 불안이 홍콩에는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