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정권·시장간 힘겨루기 장 변모"…파장 촉각

최근 폭락 장세를 보이는 중국 증시가 정치권력과 시장 간 힘겨루기 장으로 변해 승부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지도부가 지난주 가라앉는 주식 투자심리를 부양하기 위해 전례 없이 많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증시에서 정치권력에 대항하는 시장 힘의 강도를 시험하는 전투가 벌어졌다고 8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주식 투자자 부대가 새로워진 '금융 공산주의'에 베팅하고 있어 자본주의와 공산당 체제 간 전쟁으로도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원 8천780만 명을 능가하는 9천만 명의 중국 투자자가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당국의 조치들을 현재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어 시장의 힘이 정부의 패권에 도전한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신용규제 완화와 기업공개(IPO) 속도 조절, 자금 투입, 선물 거래량 제한 등 다양한 부양책과 비상조치를 내놨지만, 증시 급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치경제학자인 로런스 브람은 "시장과 정치적 조작 간 대결 같은 구석이 있다"며 "중국 지도부가 가을 열리는 정치 행사(베이다이허 회의)를 앞두고 분명히 상승장이 재현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위 푸(蒲曉宇) 네바다대 중국 정치학교수는 "정치 지도자들이 증시의 광범위한 사회·정치적 영향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이것이 지도부가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 기꺼이 과감한 조처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동원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도 증시 부양에 실패하면 사회, 정치적인 파장이 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티브 창 영국 노팅엄대학 현대중국학부 학장은 "중국 정부가 이미 위기관리에 나선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현재 중국이 금융·주식 시장 위기에 직면했는지 아닌지는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 나면 파급 효과가 더 넓고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 학장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리 총리가 증시 안정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라며 "만약 실패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마오 영국 워윅 경영대학원 교수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가 차입금의 위험을 예측하지 못하고 더 일찍 대응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오 교수는 "시진핑(習近平)-리커창 정부가 금융 시장에서 정치적 성공을 추구했고 다른 기관들도 전형적인 중국 방식에 따라 지시를 따랐다"며 "최근 사태가 시진핑-리커창 정부의 신뢰성을 분명히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