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유가증권·코스닥 등 7개 자회사로 분리
금융위원회가 내년에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키로 한 배경에는 그동안 거래소가 독점체제로 운영된 데 따른 ‘적폐’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수십년간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독점체제로 운영된 탓에 국내에선 서비스 질이 저하됐고, 대외적으론 글로벌 거래소 간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코스닥 활성화

금융위원회 발표안에 따르면 내년에 한국거래소지주(가칭)가 설립된다. 그 밑에 유가증권거래소 코스닥거래소(코넥스시장 포함) 파생상품거래소 코스콤 예탁결제원 청산회사 시장감시법인 등 7개 자회사를 세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시장감시법인은 비영리법인화해 개별 거래소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예탁결제원은 지분을 일정 부분 매각해 단계적으로 지분관계를 해소하기로 했다.

거래소 조직구조 개편을 촉발한 것이 벤처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코스닥시장 분리’ 주장이었던 만큼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은 코스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 등 거래소 산하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한 뒤 코스닥을 유가증권시장에 버금가는 거래소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래소 IPO를 통해 코스닥 자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지주의 시가총액은 최소 2조5000억~3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모규모는 구주매출과 신주모집을 합쳐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산평가전문기관인 FN자산평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거래소의 주당가치는 14만1041원으로 기업가치는 2조8200억원에 달했다.

코스닥 자회사는 성장·기술형 기업을 위한 전문 거래소로 육성된다. 크라우드펀딩→코넥스상장→코스닥상장으로 이어지는 모험자본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성장기업 중심으로 시장구조를 전면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의 특성과 시장수요 변화를 고려해 상장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스타트업 기업’에 자금조달 컨설팅을 제공하고, 거래소가 기업 매도·매수자를 발굴하고 인수합병(M&A) 정보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닥지수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식연계상품과 파생상품 개발도 늘려 코스닥 상장을 간접 지원키로 했다.

○글로벌 경쟁 ‘골든타임’

이번 조직개편에는 세계 주요 거래소가 ‘합종연횡’과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10년 넘게 조직구조상 변화가 없었던 한국거래소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자칫 한국 주식시장이 활력을 상실한 고립된 지역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런던 대륙간거래소(ICE)는 2013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인수한 뒤 세계 최대 거래소로 도약했고, 싱가포르거래소(SGX)는 아세안·대만·일본 거래소와의 교차상장 등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2013년 도쿄와 오사카거래소를 지주회사 형태로 통합했고, 중국은 후강퉁, 선강퉁 등 홍콩거래소와 본토시장 간 통합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M&A를 적극 추진하고, 지분교환을 통해 글로벌 거래소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주요국과 공동지수 및 상품을 개발하고, 교차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급변하는 세계 환경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욱/이유정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