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가 도입되면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재테크 포트폴리오가 확 바뀔 전망이다. 수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해외주식형 펀드로 ‘뭉칫돈’이 들어올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자들이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국회가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실제 상품이 나오는 시기는 이르면 10월, 늦으면 연말로 예상된다.
[해외펀드 비과세 상품 나온다] 비과세 가입 기간중 소액이라도 여러나라 펀드에 가입하는 게 유리
가입하면 10년간 면세혜택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펀드투자자들의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5851만원이다. 이 중 해외 펀드엔 전체 투자금의 20% 안팎인 1203만원을 투입했다. 채권형, 혼합형 펀드 등을 제외한 순수 주식형펀드 투자금만 따로 떼면 이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세금 문제가 한시적으로나마 해결된 만큼 전체 자산에서 해외주식형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적어도 15% 안팎까지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 해외 주식은 변동성이 큰 재테크 상품이지만, 여러 지역에 나눠 투자하는 방법으로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삼성증권 모델포트폴리오가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권장하는 해외 주식투자 비중은 16.5%다. 반면 공격적인 투자자들에겐 전체 자산의 34%를 해외 주식으로 채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비과세 펀드 가입은 2년 내에 해야 하지만 면세 혜택은 10년간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다양한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윤상화 미래에셋증권 영업추진팀장은 “비과세 기간 10년 동안 투자 유망 지역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 펀드에 1만원씩만 넣더라도 선진국과 신흥국 등 지역별 펀드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고 상황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권 평가익 지금처럼 과세대상

자산가들에게도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는 유용한 절세도구가 될 수 있다. 잘만 활용하면 연간 2000만원으로 빡빡하게 설정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어서다. 1인당 투자 한도가 3000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여러 가족의 명의를 활용하면 1억원 이상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채권 비중이 높은 펀드에 가입하면 절세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비과세 혜택은 주식에만 국한되며 채권으로 얻은 이자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세금을 내야 한다. 채권에 붙는 배당소득세는 매매차익이 아닌 평가액에 부과된다. 펀드를 환매하지 않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는 주식만 담는 상품을 고르고, 채권은 내년 초 도입 예정인 개인종합 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통해 매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ISA는 증권, 은행, 보험 상품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비과세 계좌로 현재 가입 대상, 세제 혜택 범위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새로 내놓는 절세 펀드로 갈아타야 한다. 정부가 새로 내놓는 펀드에만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기존 펀드의 자(子) 펀드 형태로 세제 혜택 펀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법을 써야 기존 펀드의 브랜드 효과를 유지하면서 기존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펀드를 통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경우엔 굳이 펀드를 바꿀 이유가 없다. 펀드를 해지하지 않는 한 연금을 받는 시점까지 세금을 낼 필요가 없어서다.

재간접 펀드(해외에 설정된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세제 혜택을 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상당수가 재간접 상품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