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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SK-SK C&C, 합병 전 자사주 소각 안했다" 국민연금 반대이유에 증권가 '갸우뚱'
SK(주)와 SK C&C 간 합병 추진 계획에서 자사주 소각 시점을 문제삼은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판단에 증권업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SK(주)가 단순히 자사주를 합병 전 소각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합병비율이 SK(주) 주주들에게 불리해졌다는 판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SK(주)가 그동안 SK C&C보다 자사주를 더 많이 매입해 주가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SK(주)는 지난해 2~5월과 9~12월 각각 자사주 235만주씩 총 470만주를 약 8500억원에 매입했다. 총 발행주식의 9.7% 규모였다. 반면 지난해 SK C&C는 총 발행주식 수의 1.8%인 77만3689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분율 기준으로 SK(주)의 자사주 매입은 SK C&C의 5배 수준이었다.

SK(주)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는 급등했다. SK(주)가 지난해 2월26일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하자 다음날 주가는 6%가량 올랐다. 같은 해 9월5일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합병 발표 전 양사의 총 발행주식 대비 자사주 비율은 SK(주)가 23.8%로 SK C&C(12.0%) 대비 거의 2배에 달했다. 두 회사는 합병을 발표하면서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24일 SK C&C와 SK(주)의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양사가 합병 전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SK(주)의 자사주가 SK C&C보다 더 많은 만큼 합병 전에 소각했더라면 SK(주)의 주가가 더 높은 상태에서 합병해 주주들에게 유리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자문사인 LK투자파트너스의 강성부 대표는 “자사주는 소각하지 않더라도 매입하기만 해도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상승시킨다”며 “SK(주)가 SK C&C보다 자사주를 많이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렸는데도 단지 소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공정 합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SK(주)가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자 ‘SK(주)가 SK C&C와 합병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SK(주)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이 회사 지분율이 낮은 최태원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미래 합병법인의 지분율을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K C&C와 SK(주)의 합병은 무난히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낸 만큼 SK(주) 지분 14.4%와 SK C&C 지분 6.9%를 보유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