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 협의에 참석해 정부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 부총리,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 협의에 참석해 정부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 부총리,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는 일정 기간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외투자를 활성화해 원화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 투자자의 자국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측면도 작용했다. 국내 공모펀드의 해외투자 비중은 작년 말 기준 12.1%(약 22조9000억원)로, 일본(32.7%)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신규 펀드에 대해서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방침 아래 이달 말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해외펀드 환차익에도 비과세

[2015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비과세 해외펀드' 6년 만에 부활…환차익도 과세 안한다
해외펀드 비과세 제도는 2007년에도 도입된 적이 있다.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 실적이 나빠졌을 때다. 그해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2년7개월간 해외 주식형펀드에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증권사 판매 창구에 긴 줄이 섰을 정도로 해외투자 붐이 일었다. 2006년 말 2604억원에 불과하던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이듬해 10조8138억원으로 42배 급증했다. 2008년에는 32조307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엔 펀드 환차익에도 비과세 혜택을 줄 방침이다. 환노출형 해외펀드를 선택한 뒤 환율이 상승해 환차익이 나더라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2007~2009년엔 펀드 수익은 비과세, 환차익에는 과세했다. 역외펀드 등 해외에서 설정된 펀드는 그대로 과세 대상이다. 해외주식을 60% 이상 편입한 국내 설정형 펀드만 비과세된다.

5000만~1억원 등 1인당 비과세 한도를 두기로 한 것도 과거 제도와 다르다. 또 새로 설정되는 펀드에 가입할 때만 5~7년 비과세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전과 달리 1인당 한도를 둬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해외펀드 가입자의 소득에 대해 매년 세금을 떼면서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도 포함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고소득자 가입 제한 등의 조치가 없어야 해외투자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미·중 펀드 주목”

다음달 해외 비과세 펀드가 등장하면 은퇴자 등 투자자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종합과세에서 제외되는 등 비과세 매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지역, 어떤 운용사 펀드를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다. 류정아 NH투자증권 PB팀장은 “해외펀드 중에서 최근 조정받고 있는 중국 상품을 우선 추천할 만하다”며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으므로 중국본토 중소형주펀드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유럽펀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PB팀장은 “그리스 부채 협상 문제를 감안해도 내년까지 대규모 양적 완화 수혜가 예상되는 유럽펀드가 유망한 투자처”라고 소개했다.

자산운용업계는 비과세 해외펀드 제도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신규 펀드’로만 한정한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A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펀드에 대해서만 비과세해주면 기존 가입자들이 종전 펀드를 대거 해지하고 새 펀드로 갈아타려고 할 것”이라며 “운용사와 증권사, 투자자 모두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000만원

금융소득(배당·이자소득) 종합과세 한도. 재작년 4000만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그 여파로 일부 해외 펀드 투자자는 ‘세금 폭탄’을 맞았다. 수천만원을 투자한 경우 해외 증시가 몇십% 올라도 종합과세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조재길/허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