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추진 성과 더 지켜봐야" 의견도…가계부채 등 현안 산적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간 그의 행보를 놓고 금융시장에서는 '금융개혁' 전도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굳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그렇다고 좋은 소리 일색은 아니다.

금융업계 일각에선 '구호는 많았지만 아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취임 100일을 넘어서는 임 위원장은 미국의 예고된 금리인상과 맞물려 있는 가계부채 문제 등 리스크 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금융개혁에 '올인'…소통 중심 현장경영 속도전

임 위원장이 정부의 부름을 받은 것은 지난 2월 17일. 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금융위원장 교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당일에 밝힌 소감은 급조된 것이라기보다는 갈고닦은 내용에 가까웠다.

금융개혁이라는 총론 아래 규제정비, 소통, 자율, 혼연일체(금융위-금융감독원 간)라는 각론으로 구성된 포부를 밝혔다.

이런 포부는 3월 16일 취임사에서 구체화됐고 아직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그는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금융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변화는 어렵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야말로 금융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이자 적기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4대 정책방향으로 자율책임 문화 정착을 위한 금융당국의 선(先) 변화, 금융의 실물지원 강화,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제시했다.

취임식 다음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정책방향을 구체화하고 나서 같은 달 18일 외부 공개행사로는 처음으로 금융감독원을 방문, 금융개혁의 '혼연일체'를 강조했다.

19일에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모험자본 활성화를 주제로 첫 업계 간담회를 주재한 이후로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매주 금요일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금요회를 활성화했다.

현장 방문은 곧 정책 대안 발표로 이어지곤 했다.
자본시장 개혁 추진방안, 퇴직연금시장 발전을 위한 자산운용제도 개선방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핀테크산업 활성화 방안, 기술금융제도 개선안,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등이 그것이다.

3월25일 첫 회의를 시작한 금융개혁회의는 개혁방안을 모색하는 중추로 자리잡았다.

4월부터 가동한 금융위·금감원 합동 현장점검반은 '임종룡식 현장경영'의 손발이 됐다.

현장점검반은 일일이 금융사를 방문해 민원을 듣고 빨리 답하고 개선하는 '속도경영'의 창구역할을 하면서 5월 말까지 접수한 건의만 1천500건에 달했다.

사전에 수혜 대상에 대한 소득제한 기준을 두지 않아 뒷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안심전환대출도 비교적 성공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 신뢰 쌓기엔 시간 필요…가계부채 등 현안 산적

그간의 성과에도 시장은 임 위원장이 추진하는 개혁의 질에 대해 아직 의구심을 갖고 있다.

'임종룡호'가 몰아붙이는 금융개혁과 금융 부문의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지속될 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도 규제 완화를 외치다가 용두사미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경험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아직 금융감독당국의 '현장권력'이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예컨대 당국의 규제 완화에도 금융사들이 세부지침을 요구하는 것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은 갈린다.

금융당국에선 금융사들이 오히려 규제에 기댄다며 구태를 탓하고 있는 반면에 금융사에선 '당국이 언제 딴소리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호신뢰가 없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임 위원장은 지난 15일 제1차 금융개혁 추진회의에서 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직시절 단골 메뉴로 강조했던 '절절포(규제개혁을 절대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얘기를 다시 꺼냈다.

이런 복잡한 현실을 딛고 끝까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천100조원이 넘어선 가계부채가 금융 인프라를 흔들어 놓는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에 나서는 것도 임 위원장이 당면한 과제다.

주택대출규제 완화 조치의 1년 연장, 주택거래량 회복, 초저금리가 맞물리면서 가계 빚 급증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아직 이렇다할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내달 중 부분적·미시적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지만 미국이 9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조짐이어서 가계부채 해법을 서둘러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바란 금융업계 관계자는 "임 위원장은 업계를 경험한 금융위원장답게 개혁의지가 확고한 거 같다"며 "그러나 임 위원장취임 후 발표된 각종 영업규제 완화 등 개혁조치들이 제대로 적시에 이행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