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10년 역주행'] "금융당국 제재권 과도"
금융당국의 과도한 제재 권한도 한국 금융산업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해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을 받는다. 법령만으로 제재 범위, 수준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신주의’가 퍼진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7일 금융감독원 감리위원회에 올라가는 대우건설 회계처리 위반(분식회계) 혐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안은 2013년 12월16일 금감원이 ‘대우건설에 대한 감리 착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외부에 공개됐다.

하지만 권수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비춰볼 때 감리 착수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통상적으로 6개월 이내에 끝내야 할 감리가 1년6개월 이상 늦어진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자베즈파트너스와 G&A 등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에게 ‘중징계(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원금 또는 일정한 이익 보장 약속 등으로 부당하게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대형 로펌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금융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취지의 법 규정을 사모펀드에 무리하게 적용했다”고 꼬집었다. 중징계 조치를 사전 통보받은 대우건설과 대우건설 감사인(삼일회계법인)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예상 손실을 추정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같은 중징계 조치를 내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특히 부당한 제재를 받아도 적극적으로 항변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 밉보일까봐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만 급급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KB금융지주 회장 시절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 조치로 현직에서 물러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대법원까지 가는 3년여간의 소송을 통해 징계 조치를 취소받기도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