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10년 역주행']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의 진단 "무조건 기업 수익성부터 높여야"
‘한국 자본시장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의 돌파구는 기업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 대표기업의 수익성이 꺾이는 상황이 주식시장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사장은 1984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32년째 ‘증권맨’으로 일하고 있다. LG선물과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뒤 2008년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해 7년 넘게 사령탑을 맡고 있다.

손 사장은 “기업 의욕을 북돋워줘야 하는데 강성 노동조합과 임금 상승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이 노조를 설득해야 함에도 거꾸로 노조 편에 서 있다”며 “지금이라도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본시장법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손 사장은 “정부가 10년 전 준비한 자본시장통합법은 제정 취지부터 잘못됐다”며 “겸업화와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의 출현을 기대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었다”고 비판했다. 업계 선두인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을 합병해도 글로벌 투자은행 규모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이라는 목표 설정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또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겸영을 않는데도 겸영을 전제로 자통법을 구상한 것이 잘못”이라며 “투자은행이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을 겸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는 당국의 논리도 전혀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자본시장 정책의 초점은 시장 규모 확대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이제는 고급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핀테크(금융+기술)를 허용하면 당장 엄청난 고용창출이 일어날 것”이라며 “진짜 없애야 할 규제는 증권사나 소비자가 불편해 하는 조항이 아니라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