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중국의 국책연구소 사회과학원은 상하이종합지수가 올해 5000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미 연초 대비 40% 넘게 오른 상황이어서 사회과학원의 이 같은 관측은 다소 허무맹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5일 5023.10을 기록, 반년도 안 돼 5000 고지를 넘어섰다. 올 들어 55.3% 급등했다.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하이지수 5000 돌파…중국 정책 업고 '유동성 랠리', 올 들어 55% 급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증시의 최근 강세를 ‘정부정책이 주도하는 유동성 랠리’라고 표현한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잇달아 발표한 △경기부양정책 △산업구조 개혁정책 △자본시장 개방정책 기대감으로 돈이 끊임없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정책이 주도하는 유동성 랠리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 8월23일 처음으로 5000을 돌파한 뒤 그해 10월16일 6092.06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008년 1월21일 5000 밑으로 내려가 장기 하강곡선을 그렸다. 2008년 11월4일엔 1706.53까지 떨어졌다.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해 6월 무렵이다.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 개방 차원에서 후강퉁(상하이·홍콩증시 간 교차매매) 제도를 연내 시행하겠고 발표했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하이A주를 선취매하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11월17일 후강퉁이 시행됐고, 5일 뒤인 22일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자 상하이증시는 본격적인 랠리를 시작했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는 단기과열 우려로 몇 차례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이 지수를 다시 상승세로 돌려놓았다.

지난 3월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행동계획 △선강퉁(선전·홍콩증시 간 교차매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관련 수혜주가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3월 말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4일에도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은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엔젤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특수 지분구조의 창업기업 상장 추진’ 등 5대 창업 및 혁신촉진 정책을 발표했다.

특수 지분구조의 창업기업 상장 추진이란 알리바바처럼 본사는 해외에 있고, 중국에 세운 별도 법인과 계약을 맺는 ‘계약통제모델(VIE·variable interest entity)’ 형태로 사업하는 기업의 상장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해외 증시에 상장한 우량 중국 기업을 중국 증시에 상장시키겠다는 의미라고 중국 언론은 설명했다. 중국에선 인터넷 서비스가 외자유치 금지 대상이기 때문에 기업이 해외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거품논란 가열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선을 돌파함에 따라 중국 증시의 거품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카지노의 나날들(Casino days)’이란 제목의 온라인판 기사에서 “중국의 실물경제는 갈수록 둔화하고 있지만 기업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해 일각에선 중국 증시를 카지노판으로 부른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하이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받을 순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많다. 중국 주요 증권사들은 오는 9일로 예정된 상하이A주의 MSCI신흥시장지수 편입 심사, 민영화와 합병을 골자로 한 국유기업 개혁 등이 향후 상하이 증시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증시 활황을 원한다는 점을 중요 변수로 꼽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개혁 정책의 큰 방향 중 하나는 기업이 은행의 대출로 성장하는 ‘부채경제’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성장하는 ‘자본경제’로의 전환”이라며 “창업 활성화와 국유기업 개혁 등의 성공을 위해서도 증시 활성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