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둔화 속에 주가상승 의문
중국 투자 '기본과 균형' 중시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증시 거품 논쟁…'차이나펀드 악몽' 재연되나

지난 1년 동안 거침없이 올랐던 중국 증시가 이달 들어서는 주춤거리고 있다.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중국 증시에 대해 갑작스럽게 거품 논쟁이 불거지면서 앞날을 보는 시각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전후 차이나펀드에 가입해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국내 투자자에게는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거품 여부를 보려면 지난 1년 동안 급등한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 주가 결정의 최대 요인인 경기를 좋다고 진단한 예측 기관이나 금융사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성장률은 7.4%로 16년 만에 중국 정부 목표인 7.5%를 밑돌았다. 단기적으로 ‘연착륙과 경착륙’,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 가능성을 놓고 작년 내내 논쟁이 지속됐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증시 거품 논쟁…'차이나펀드 악몽' 재연되나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주가가 급등하자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효과’로 밀어붙이는 금융사가 많았다. 제도적으로 중국 주식 직접투자의 길이 열린다 하더라도 경기가 침체한다면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 기초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면 투자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인식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투자 관점에서 성장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S자형 이론’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이 이론은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했다. 사람이 태어나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 전반기에 들어서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이후 청소년 후반기에 들어서면 그 속도가 둔화하다 장년기 이후에는 멈춘다는 것이 성장곡선의 핵심이다.

중국 경기침체 진단의 잣대가 된 10%대 성장률은 S자형 이론에 적용하면 청소년 전반기에 해당한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3000달러 내외다. 작년에는 8000달러에 육박해 청소년 후반기에 들어섰다.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차트 분석(X축 분기, Y축 성장률)상 10~12%에서 7%로 떨어졌다고 경기침체로 진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경기가 침체했다고 진단하면 날로 높아지는 중국의 국제 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모든 투자는 상대 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의 예금금리는 연 20%대였다. 이때 A은행은 20%, B은행은 23%를 지급한다면 시중 자금은 B은행으로 몰린다. 최근처럼 예금금리 절대수준이 연 1%대로 떨어졌어도 A은행은 1%, B은행은 1.5%라면 결과는 외환위기 당시와 동일하게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추세가 일반적이다. 중국 성장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떨어져 국제 위상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높아지는 국제 위상에 맞춰 양대 자유화 부문 중 경상거래에 비해 미흡했던 자본거래 자유화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중국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중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참고지표일 뿐이다. 중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처럼 기업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 요인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과 시장 참여자의 성숙도가 갖춰진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투자 기회가 많이 예정돼 있다.

S자형 이론을 중국 증시에 적용해보면 앞으로 주가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 속도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높아질수록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아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했던 1년 전보다는 같은 1000포인트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이제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다.

주가가 1000포인트 올랐다고 해도 수익률은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상하이지수가 1년 전 2000대였을 때는 상승폭 1000포인트의 수익률이 50%였지만 4000대로 올라온 최근에는 25%에 불과하다. 통계 기법상 ‘기저효과(분자가 같아도 분모에 따라 증감률이 달라지는 현상)’ 때문이다.

재테크 양대 요인인 투자기간과 수익률 면에서 주가가 올라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 먼저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낸 스마트머니가 주변에 속속 나타남에 따라 부러움과 시기심에 마음이 급해져 직접 투자하려는 일반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런 심리에 편승해 중국 주식을 뒤늦게 사라고 권유하는 금융사도 눈에 띈다.

심지어 작년 말까지 권유했던 브라질 국채를 팔고 그 대금으로 중국 증시에 투자하라고 추천하는 증권사도 있다. 투자자, 금융회사 모두가 과욕이다. 급할수록 기본과 균형을 지키면서 신중하고 기다리는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과 같은 신흥국 주식 투자일수록 그렇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제2의 차이나펀드 악몽’을 선제적으로 막는 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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