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깜짝실적' 내놓은 증권사들…축배 들긴 일러
국내 증권사들이 1분기 깜짝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자금이 밀려들면서 증시가 호황을 맞은 덕분이다. 다만 2분기에는 1분기 호실적을 지속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證 순익, 전년比 1680%↑…메리츠, 분기 최대실적 달성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867억27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79.4%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043억80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71.4% 증가했고 매출액은 9835억5300만원으로 77.7% 늘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증시 호황과 함께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위탁영업 수익이 확대되고 채권과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수익 등 상품운용 실적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며 "저축은행 금융수익 증가도 더해지면서 영업이익(연결)이 큰 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인 메리츠종금증권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33% 급증한 672억5500만원을 기록한 것.

매출액은 7624억61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88억6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132.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1443억)의 77%에 해당하는 규모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리테일 부문이 효자종목으로 부상했다"며 "채권금리 하락으로 트레이딩 부문도 좋아지는 등 모든 부문이 목표대비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DB대우증권은 5년만에 1분기 영업이익이 1400억원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4964억원, 11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4%, 141% 늘어났다.

◆"증권사 운용이익 축소 불가피"…실적 불안감↑

증권사들이 깜짝 실적을 내놓은 배경에는 거래대금 증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가 핵심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기조로 증시 활황이 지속되면서 주식거래대금이 증가하자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것.

그러나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권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독일에서 시작된 채권금리 상승이 미국과 영국, 한국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시장금리라 할 수 있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외국인들의 순매도 영향을 받아 전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는 해외금리와 동조화를 보이며 최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한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한국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은 낮지만 증권사 운용이익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증권사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신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증권사들은 1분기 만큼 이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가능성, 그리스 관련 우려감이 커지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배승 연구원은 "지수조정과 함께 거래대금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며 "실제 지난달중 11조원까지 상승했던 거래대금은 최근 8~9조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조원 이상의 거래대금이 장기간 유지된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권사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현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2분기 실적은 우려할 만하다"면서도 "금리는 결국 국내외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고 현 수준의 거래대금, 상품판매 호조세가 지속된다면 2분기 실적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간 내 금리 상승으로 증권사의 2분기 상품운용손익이 1분기 대비 감소할 순 있으나 우
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