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S 물량 폭탄 때문에? 엉뚱한데 화풀이하는 채권투자자
10거래일 연속 상승도 모자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07% 급등한 6일, 채권시장은 뒤통수를 맞은 듯 큰 충격에 휩싸였다. 채권값이 단 하루의 조정기간도 없이 폭락하자 그동안 채권 투자를 늘려온 기관투자가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이른바 ‘주택저당증권(MBS) 물량 폭탄’ 부담을 언급해왔다. 한 달 전 큰 인기를 끈 ‘안심전환대출’(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꿔주는 상품) 관련 물량이 34조원에 달해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릴 경우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논리였다. MBS란 대출채권을 한데 모은 뒤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붙여 파는 채권이다. 그 많은 물량을 누가 다 사가겠느냐는 게 이 같은 우려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다른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일부 전문가는 글로벌 시장의 큰 변화를 보지 못한 편의적인 해석이라며 줄곧 채권금리의 구조적인 방향 전환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우선 34조원 규모의 MBS 물량은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게 아니다. 기존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변형일 뿐이다.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해 사라진 대출 자산만큼을 다시 MBS 매입으로 채워야 한다. 물론 은행이 나중에 보유 물량을 되팔 때 금리가 다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우량채권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AAA’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MBS 금리는 쉽게 오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MBS 수급 우려가 국내 500조원 규모의 국고채시장 금리를 열흘 이상 밀어올릴 가능성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국내 채권시장은 자본시장 전면 개방 이후 외국인의 선물시장 동향에 크게 의존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미국이나 유럽의 금리와 이머징마켓 경기 동향 혹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가 국고채 금리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국내 국고채 신용등급을 상위 네 번째인 ‘Aa3(긍정적)’로 매겨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실 웬만큼 안목이 있는 전문가 중엔 MBS 때문에 금리가 급등했다고 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글로벌 시장 변화를 외면한 채 당장 눈에 들어오는 수급만 계산한 기관투자가들이 이번에 큰 낭패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증권부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