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단기 급등…증시에 '찬물' 끼얹나
국내 채권 금리 상승세가 심상찮다.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10거래일 만에 0.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경기 회복 기대감, 국제 유가 반등 등의 요인으로 독일 미국 등의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저금리 지속에 ‘베팅’한 기관투자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년 장기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을 돌파한 한국 증시에도 단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장 대표금리 격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4일 연 1.89%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20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올랐다. 해당 기간의 상승폭은 0.2%포인트로 2013년 6월 이후 1년10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 보험사 채권운용역은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리가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올라 매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상황에 민감한 10년 이상 장기물 금리는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4일까지 10거래일간 10년물은 0.37%포인트, 20년물 0.40%포인트, 30년물은 0.41%포인트 뛰었다. 추가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큰 장기 채권에 투자한 증권사 등은 단기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국고채 30년물(14-7호)의 경우 지난달 14일 1만800원대에서 이달 4일 1만7원으로 급락했다. 100억원어치를 샀다면 보름 만에 약 8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