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를 넘어서는 등 강세를 지속하면서 한국 증시와 선진국 증시의 격차도 반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16일 국제금융시장과 한국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3일 종가 2,098.92로 S&P 500지수(2,092.43)를 작년 10월 23일 이후 약 반년 만에 처음으로 넘어섰다.

코스피는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15일 2,119.96까지 오르면서 S&P 500지수와 격차를 차츰 벌리고 있다.

물론 이는 시가총액 등은 감안하지 않은 단순 수치상의 비교일 뿐이지만, 미국 증시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대조적으로 박스권에서 허덕였던 한국 증시가 이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주가를 나타내는 MSCI 한국 지수도 지난 14일 현재 583.05로 MSCI 미국 지수(2,009.17)에 대해서도 29.02%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작년 10월 23일 이후 최고로서, 이는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격차가 약 반년 만에 가장 좁아졌음을 뜻한다.

선진국 전체 주가를 나타내는 MSCI 선진국 지수(1,779.85)에 대해서도 32.76% 수준까지 올라 작년 10일 1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작년 여름까지 박스권 상단에 가까운 2,050선 안팎에서 머물던 코스피는 9월 하순 이후 1,900선 안팎까지 내려앉았다.

한국 증시의 양대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논란이라는 양대 악재가 한국 증시를 강타한 탓이다.

지난 수년간 고착된 성장 정체 흐름 속에 기업 실적 하락까지 겹치면서 연말까지 한국 증시에는 비관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새해 들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하락세 마감, 주주환원 확대 정책 등 국내 변수가 증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본격 양적완화 착수로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환경이 신흥국 증시 등 위험자산 친화적인 쪽으로 쏠리자 한국 증시는 올해 들어 10.67% 상승하며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는 양상이다.

이에 비해 미국 양적완화로 가장 먼저 유동성의 혜택을 누린 미국 증시는 올해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 강세의 악영향 등으로 한자릿수 초반 상승률에 그치고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 전 세계 증시의 상승세는 유동성의 힘에 따른 '세계 유동성 파티'이며, 현재 시점은 막바지인 자정에 가까워지는 밤 11시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일본 등 화려한 선진 증시의 그늘에 가려졌던 한국 증시가 11시가 넘어서자 뒤늦게 수익과 성장에 목마른 세계 유동성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파티의 남은 기간은 '한 시간' 정도로 짧을 수 있지만 그 상승 강도는 매우 강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