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인하 이후 펀드·예탁금 급증
전문가 "개인투자자 추격매수 위험, 투자 신중해야"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중 자금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찾아 증권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이후엔 유동성 장세가 전개되면서 한 달 만에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할 정도로 자금 이동 추세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안전자산 위주로 보유해 왔던 금융소비자들마저 금융투자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어 분위기에 편승해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는 '묻지마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펀드·투자자예탁금에 부동자금 몰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내리기 직전인 작년 7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8개월간 자산운용사 수신액과 증시 투자자예탁금 증가액이 총 54조9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사(투자신탁 및 투자회사 기준)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7월 말 357조8천억원에서 올해 3월 말 410조원으로 8개월 사이 52조1천억원(14.6%) 늘었다.

자산운용사 수신 상품은 크게 주식·채권·혼합형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신종펀드 등으로 나뉘는데, 저금리 기조가 강화된 이후 이들 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몰린 것이다.

은행 1년 예금금리가 연 2%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은 563조원에서 547조원으로 2.9%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한은은 지난해 8월 1년 3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내린 데 이어 두 달만인 10월 다시 2.00%로 낮췄다.

지난달엔 역대 최저 수준인 1.75%로 내려 사상 초유의 '1%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증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채권형 펀드와 MMF가 선도했다.

두 펀드에는 8개월간 14조2천억원, 21조6천억원이 유입돼 잔액 증가율이 각각 22.7%, 27.1%에 달했다.

MMF는 갈 곳 없는 뭉칫돈이 수시로 유입과 유출을 반복해 부동자금 성격을 지닌다.

채권형 펀드도 금리 인하로 수익률이 좋아진 데다 환매수수료가 낮아 단기자금이 많이 몰렸다.

주식형펀드는 최근 코스피가 반등하면서 3월 한 달간 1조7천억원의 환매성 자금 순이탈이 있었지만,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에서도 8개월간 총 8천억원의 순유입을 나타냈다.

파생상품·재간접·부동산·특별자산펀드 등으로 구성된 신종펀드에도 14조4천억원이 들어와 14.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증시로의 자금 이동은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위탁계좌에 맡긴 돈으로, 주식매수를 위한 대기자금 성격이다.

이 자금은 3월 말 잔액이 18조4천억원으로, 8개월 새 2조7천억원(17.4%)이나 증가했다.

예탁금은 2월만 해도 한 달 증가액이 3천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3월 한 달 동안만 1조6천억원이 유입됐다.

◇ 눈높이 올라간 증시…묻지마 투자 경계해야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며 3년8개월 만에 2,100선을 상향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증시에서는 이번 주가 상승이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 장세의 힘인 만큼 2011년 5월 2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228.96)를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나오고 있다.

벌써 일부 증권사들은 코스피의 예상 등락범위의 상단지수를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 급등과 함께 무분별한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과거 증시의 상승국면에서 '개미'들이 추격매수에 나섰다가 외국인과 기관 주도의 장세에 밀려 소위 '상투'를 잡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급등 장세가 정보기술(IT)주, 증권주, 금융주 등 업종별로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업종별로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 개인들이 다음에 오를 업종을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개인들의 접근이 쉬운 코스닥 종목들은 이미 상당히 올라 가격부담이 큰 만큼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주가가 오르고 있긴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장세"라면서 "그동안 오르지 않은 종목을 미리 매수하고 기다리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이지헌 기자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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