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이 분석 대상으로 삼는 상장기업 수를 크게 늘리고 있다.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 중 하나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을 주도하는 바이오·정보기술(IT) 부품주가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규 분석 명단에 대거 포함된 게 눈에 띈다.
'코스닥 F·B·I' 밀착커버하는 증권사
○증권사 분석기업 평균 8.8개 늘어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10대 증권사의 분석기업 수는 평균 178.8개(투자의견이 제시되지 않은 종목 제외)로 조사됐다. 작년 말보다 평균 8.8개 늘어났다. 새로 분석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이오테크닉스, 메디톡스 등 코스닥 상장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증권사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공격적이었다. 신한금투의 분석기업은 지난해 말 199곳에서 현재 227개로 14% 증가했다. 하나대투증권은 같은 기간 234개에서 252개로 분석기업 수를 늘렸다. 투자의견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기업 탐방이 이뤄진 종목을 포함하면 350여개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키움증권(159개→168개)과 KB투자증권(110개→121개) 등도 코스닥시장 위주로 기업분석 대상을 넓혔다.

종목별로는 바이오·정보기술(IT) 등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신규 분석 대상 목록에 많이 포함됐다. 삼성증권은 엔터테인먼트업체 에프엔씨엔터, 환경사업을 벌이는 에코프로 등 중소형주 분석을 시작했다.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회사들도 국내 주택경기 회복에 힘입어 증권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하나대투, 신한금투, 한국투자, NH투자 등 4개 증권사가 신규 분석 대상 명단에 넣었다. 유가 하락 수혜주로 꼽히는 해운회사(대한해운·흥아해운)는 교보증권의 분석 명단에 새로 포함됐다.

○투자자들 “중소형주 분석해 달라”

증권사들의 ‘분석 대상 기업 늘리기’ 경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증시가 지난 4년간의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선)을 탈출하기 시작한 데다 중소형주 중심의 강세장이 지속됨에 따라 개별 종목 정보를 요구하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현철 신한금투 기업분석부장은 “바이오주와 정보기술(IT) 종목 위주로 분석기업을 늘리고 있다”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중국·미국 현지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정태 하나대투 기업분석실장은 “요즘엔 주식시장의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도 과거처럼 대형주 위주로만 주식을 매입하지는 않는다”며 “달라진 시장 흐름에 맞춰 중소형주에 대한 분석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상장기업을 분석하고 주가 전망을 제시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숫자는 그대로인데 담당하는 종목 수가 많아져 기업분석 리포트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