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4년 박스권' 벗어난다] "이번엔 다르다…5년 만에 큰 장"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1850~2250 사이로 점쳤다. 지수 2000선을 상하로 7~13% 안팎 변화폭을 준 것으로 올해 증시가 ‘현상 유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작년 한 해 코스피지수가 4.75% 떨어진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리서치센터의 전망이 뚜렷하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다. 증권사들은 아직 연간전망을 수정하진 않았지만 4월 이후 내놓은 증시 전망은 지수 하단으로 1950~2000선을 제시하고 있다. 지수 하단만 놓고 보면 작년 말보다 10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당연히 ‘강세론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정책 시행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국내에도 자금이 계속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 2% 기준금리가 무너진 뒤 저금리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5년 만에 큰 장이 섰다”고 말했다.

상장기업의 실적개선 현황을 반영하면 코스피지수가 2011년 사상 최고치(2231.47) 근처까지 뛰어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변수가 큰 정유·조선업종을 제외하고도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 늘어날 전망”이라며 “코스피지수가 2200~23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안에 단기박스권인 2100선을 뚫고, 연간으로는 2300선까지 다다를 것”이라고 호언했다.

코스피지수가 고점에 도달하는 시기로는 올 하반기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우려 탓에 지수 2050선 근처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는 순간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주식시장을 찾는 자금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거들었다. 중소형주와 대형주 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성에 실적 동력이 가세한 코스닥시장은 올해 내내 강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관의 자금여력이 한계가 있는 만큼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는 선별적으로 강세 종목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비관론’ 대표주자인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호의적인 글로벌 시장여건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코스피지수 상승폭이 6%대에 그친 것은 결코 만족스런 결과가 아니다”며 “자칫 1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오면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민지혜/이현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