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특화상품이라더니…

변동성 낮은 종목 묶어 수익 안정…대부분 통신·유통 등 경기방어주
TIGER로우볼, 올 1% 수익 불과…5% 지수 상승률도 못 따라가
고변동성 octo빅볼은 15% 수익
천천히 오르는 대신 변동성이 낮은 종목으로 구성된 로볼(저변동성) 상품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상품들이 담고 있는 통신, 교육, 유통 등 경기 방어주의 흐름이 좋지 않아서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장세도 로볼 상품을 옭아매는 요인이다. 아모레퍼시픽처럼 지수를 이끌고 있는 ‘스타 종목’ 대부분이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로 편입 종목에서 빠져 있다 보니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강세장서 남몰래 울었다…내 이름은 '로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로볼 상품

로볼 전략을 채용한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로우볼’의 올 들어 수익률은 1.29%에 그치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5.44%)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펀드들도 마찬가지다. 저변동성 주식에 집중한 펀드들은 부진한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로우볼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9%다.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흥국자산운용의 ‘흥국흔들리지않는K-로우볼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i’도 같은 기간 지수 상승률을 소폭 웃도는 6.94%의 수익을 얻는 데 그쳤다.

로볼 상품은 장기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 적합하다고 알려지면서 2013년 이후 관련 상품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은퇴자 등 낮은 위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3년간 1900선을 맴돌던 코스피지수가 2000선 이상으로 뛰는 과정에서 저변동성 종목들은 철저히 소외됐다. ‘TIGER로우볼’의 주요 편입 종목인 KT(올 들어 5.76% 하락), 삼성생명(17.68% 하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 업종 대장주인 대교 역시 이 기간 주가가 1.02% 빠졌다. 이들 종목을 편입한 로볼 상품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스타’가 이끌어가는 장세 속에 소외

반면 고변동성 주식에 집중하는 상품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의 ETN인 ‘octo 빅볼’은 연초 이후 14.59%의 수익을 냈다. 연초 이후 46.85% 오른 아모레퍼시픽, 26.48% 급등한 LG생활건강 등을 품은 덕이다. 진폭이 큰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전자, 건설업종 등도 다른 업종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당분간 로볼 상품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변동성이 작은 경기방어주들의 주가 수준이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그다지 싸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부 고변동성 종목으로만 돈이 몰리는 분위기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시장에서 폭발력을 보이고 있는 화장품 관련주,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기 시작한 바이오주, 삼성전자의 휴대폰 갤럭시S6의 후광을 입은 전자 부품주 등 일부 종목에만 돈이 몰리는 모습”이라며 “몇몇 스타 종목들의 선전으로 지수 수준은 유지되고 있지만, 여기에 끼지 못한 대부분 종목은 주가가 뒷걸음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리인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올 하반기 이후에는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분위기가 달라지면 지난해 하반기와 엇비슷한 로볼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 로볼(low volatility)상품

주가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 변동성이 낮은 주식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는 시장수익률을 앞선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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