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연내 90달러까지 오른다"
신흥시장 투자의 대가로 통하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79·사진)이 “국제 유가가 연내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증시 중에선 미국과 유럽 주가가 강한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내다봤다.

모비우스 회장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은 줄어드는 반면 중국 인도 등에선 원유 수요가 늘고 있어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원유나 원유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할 적기”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작년 6월 배럴당 106달러로 정점을 찍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올 1월 말 44.61달러까지 떨어진 뒤 5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모비우스 회장은 “올해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 간이나 주식 종목 간 자금 유출·입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미국 및 유럽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고, 유럽 증시는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유가 연내 90달러까지 오른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대변되는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있어 당초 계획대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이 성공하려면 관료주의를 정비하고 세금을 낮추는 한편 과거 전쟁 역사를 직시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각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작을 것으로 봤다. 모비우스 회장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금리와 증시 간 상관관계는 매우 낮다”며 “Fed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고 경제가 주춤하면 인상 시기도 조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내 종목 중에선 관치가 줄고 있는 헬스케어와 교육, 금융주 등이 유망하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도 창조경제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투자 상품에 대해 묻자 “중국에서 가솔린 엔진을 만들 때 흔히 사용하는 금속인 팔라듐”을 지목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팔라듐 투자를 선호하고 또 추천한다”고 했다. 팔라듐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작년에도 10% 넘게 상승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좋은 상품이나 종목을 찾는 방법은 처음도 끝도 리서치”라며 “공부한 만큼 성과는 나오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1987년부터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해 왔다. 직접 운용하는 자금만 413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