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인사이트] '재무 버팀목' 흔들…10大그룹 핵심 계열사 절반이 신용 하락
국내 10대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가 건설 해운 철강에 이어 조선 정유 화학 등 기간산업 전반으로 확산한 탓이다.

8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국내 10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핵심 계열사 10곳을 조사한 결과 2013년 이후에만 5곳이 신용등급 또는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outlook) 강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충격에 이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소비침체, 국제유가 급락 등 악재가 겹친 결과라는 게 신용평가 업계 분석이다.

◆낮아진 그룹 신인도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포스코(자산총액 6위·핵심 계열사 포스코)와 현대중공업(7위·현대중공업), GS(8위·GS칼텍스), 한진(9위·대한항공) 4개 그룹사는 모두 2013년 하반기 이후 핵심 계열사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졌다. LG그룹은 ‘긍정적’이었던 LG화학 신용등급(AA+) 전망이 2013년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돼 최상위(AAA) 등급 등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 밖에 11위인 KT(KT)와 12위 두산(두산중공업)그룹도 핵심 계열사 신용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포스코와 LG화학은 2012년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된 뒤 계속해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GS칼텍스는 작년에 각각 3조2500억원, 4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면서 기존 ‘AA+’ 등급이 ‘AA’로 내려갔다. 대한항공은 계열사인 한진해운 지원을 계기로 ‘A(긍정적)’ 등급이 ‘A-(부정적)’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들 핵심 계열사는 모두 소속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신용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을 떠받쳐왔다. 따라서 최근 신용등급 강등은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원 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기업평가는 GS칼텍스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추면서 지주회사인 GS와 건설사인 GS건설 등급도 함께 낮췄다. GS칼텍스가 그룹 전체 신인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감소를 반영했다.

◆올해도 하락 추세

그룹 규모나 업종을 가리지 않는 국내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추세는 올해도 거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이 빠른 경기 반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한 곳도 적지 않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 꼬리표가 붙은 기업이 30곳에 달했다. 1년 전 13곳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양진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등급군과 업종을 가리지 않는 등급 하락 추세가 전반적으로 확산됐고, 긍정적 전망이 더 많았던 2010~2012년 추세도 완전히 뒤집어졌다”고 평가했다. 2013년 ‘동양 사태’로 커진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신용평가사들의 자구노력도 신용등급 강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10대그룹 중 2013년 이후 신용등급이 오른 곳은 국내 2위 그룹사인 현대자동차그룹 한 곳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자동차 신용등급은 작년 5월 ‘AA+(긍정적)’에서 ‘AAA(안정적)’로 올랐다. SK(3위·SK텔레콤)와 한화(10위·한화케미칼)그룹은 기존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내 최대인 삼성그룹의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가장 우량한 회사지만 국내에선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 유효한 신용등급이 없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