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모처럼 증시에 찾아온 '핀볼 효과'…테러가 망치나
요즘 글로벌 증시에 오랜만에 다시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핀볼 효과(pinball effect)’다. 핀볼 효과란 제임스 버크가 쓴 책 이름으로,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이 도미노처럼 연결돼 점차 증폭되면서 세상을 뒤흔드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뜻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핀볼 효과라는 용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렇다. 각각의 볼링 핀에 해당하는 경기, 금리, 유동성, 기업 실적, 투자자 심리 등 주가 결정 요인이 어우러져 볼링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스트라이크처럼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증시의 가장 큰 볼링 핀에 해당하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작년에 비해 크게 높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분기별로는 주가 흐름에 그다지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볼링 핀인 유동성은 글로벌 증시에 더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는 종료됐지만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은 돈을 더 풀고 있다. 환율전쟁 참가 등 다른 목적이 있긴 하지만 신흥국도 금리인하 등을 통해 금융 완화에 동참하고 있어 ‘제2의 유동성 장세’가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생길 정도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볼링 핀에 해당하는 기업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세계 산업구조가 다시 정보기술(IT)과 융합·통합기술로 재편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종별 차별화는 심해질 전망이다. 다만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 제조업과 달리 IT와 융합·통합기술 업종은 네트워크가 깔릴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비용이 절감돼 수익성이 좋아지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만큼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증시의 객관적인 여건만 놓고 보면 주가 흐름에 불리한 편은 아니다. 변수는 투자자 심리와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투자자 심리와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의 볼링 핀을 연결하는 힘으로, 핀볼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만약 투자자 심리가 위축되거나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이라면 객관적인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주가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투자자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경기도 살리고 자신이 속한 국가와 기업, 그리고 옆 사람과의 윈윈을 생각한다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

변화무쌍한 투자자 심리에는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급증하고 있는 국제 테러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테러 발생 건수로 본다면 2011년이 전환점이다. 그 이전까지는 연간 5000건에도 못 미쳤지만, 이후 급증하면서 작년에는 1만여건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7건의 테러가 발생한 셈이다. 하루 평균 테러 발생 건수는 올 들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테러 발생 지역이 확대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1970년대 이후 테러는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등 5개국에서 주로 발생했다. 전 세계 테러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테러 청정국가’로 분류됐던 캐나다, 덴마크, 호주, 네덜란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경제 외적인 요인이 크긴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테러가 급증한 데는 실업, 특히 청년 실업 증가 등 경제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과 테러 발생 건수와의 상관계수는 높게 나온다. 대부분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에 달한다. 한국도 10%에 육박한다.

지금도 청년 실업을 낳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IT산업에 대해 이 산업의 최대 이용자이자 피해자인 청년층을 중심으로 ‘IT산업을 파괴하자’는 신(新)러다이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컴퓨터 바이러스 전파, 디도스(DDos) 공격 등을 신러다이트 운동이자 국제 테러로 인식하기도 한다.

갈수록 심화하는 소득 불균형도 국제 테러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경제 요인으로 꼽힌다. 유엔에 따르면 빈곤층을 의미하는 ‘BOP(base of pyramid·하루에 8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계층은 세계 인구의 70%에 이른다.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는 소득 불균등도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와 테러 발생 건수는 ‘정(正)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 요인만 따지면 앞으로 국제 테러가 발 생할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모처럼 핀볼 효과가 기대되는 세계 증시에 국제 테러를 새로운 ‘팻 테일 리스크(fat tail risk·정규분포상 양쪽 꼬리가 두꺼워진 현상으로 발생 빈도가 높아진 위험을 의미)’로 꼽는 시각이 늘고 있다. 글로벌 증시 차원에서도 하루빨리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