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사진)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사회는 윤 사장이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을 높이 산데다 일본계 사모펀드(PEF)인 오릭스로 주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임 배경…호실적·매각 순항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전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날 이사회를 열고 내달말 임기가 만료되는 윤경은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윤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주총은 다음달 13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윤 사장은 경성고,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금융회사인 제럴드 한국지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파리바은행(현 BNP파리바), LG선물,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을 거쳐 2011년 솔로몬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12년 10월 현대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는 윤 사장이 지난 2012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던 현대증권을 지난해 흑자로 만든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0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5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매출액은 2조6505억원으로 전년대비 44.0% 증가했다.

현대증권 매각을 순조롭게 이끈 점도 연임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오릭스는 현대증권을 장부가액(6100억원)이 훌쩍 넘는 약 1조46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향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도 보장했다. 매각이 '흥행'과 '자금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다.

◆ 골 깊은 노사갈등·경영 안정 등은 과제

그러나 윤 사장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곪아 터진 노사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이 두 차례나 연기되면서 단행된 고강도 구조조정은 노사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지난해 9월 현대증권은 전체 직원수의 15%인 4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임원 12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18개의 지점을 통폐합하기도 했다.

경영권 간섭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민경윤 전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이 회사를 떠난 후 노사개혁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깊어진 노사갈등의 골을 메우기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현재 현대증권 내부 직원들은 오릭스로 주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단행될 수 있는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노사갈등이 불거지고 윤 사장이 이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오릭스가 그에 대한 신임을 지속할 지 미지수다.

일각에선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를 두고 '제 2의 론스타' 사태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안정된 경영조직을 갖추는 것도 급선무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증권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오릭스로 인수되면서 실적에 날개를 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경닷컴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